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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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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모드로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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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6회 작성일 24-01-3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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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모드로 울다

 

이삼현

 

 

잠은 안 오고

 

돌아누운 채 무릎을 구부리면

몸은 접힌 폴더가 된다

색깔과 기종은

검은색 구형 폴더폰

 

꿈같은 날을 접고

풀밭 가득 돋아난 향기로운 생각을 접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오르고픈 날개를 접고

 

새벽 알람 소리에 깨어 배터리가 방전되도록

묵묵히 남은 길을 갈 뿐

진종일 통화 한 번 없이

입 꼭 다문 채 침묵할 때도 있다

 

화창한 봄

산길에서 반겨 찍었던 야생화며

꽃잎처럼 날아와 앉은 나비의 추억과 함께

소식이 끊긴 전화번호를 뒤적이며

 

접고 또 접은 기록들은 구김이 되고

나 아닌 나로 접혀 잠 못 드는 밤

벨 소리로 전환되지 못한 몸이 떨려온다

 

아비의 울음은 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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