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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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에서 / 정건우
이 땅의 끝엔
바람의 등을 타고 가는 마음의 자유와
더는 갈 수 없는 발길의 아픔이 있다
파도가 부서진 날들만큼
어떤 이는 여기서
저 너머로 날고 싶은 먼바다 꿈을 꾸고,
또 어떤 이는
두고 온 세상의 미련에 눈물 쏟았을 이 땅의 끝엔
접은 날개로, 마지막 파도 끝에 매달려
사라진 내 그리움이 있다
발자국처럼 남긴 숱한 흔적과
다시 맞이하는 아침 햇살에 가슴 졸이던
내 그리움만이 남아있다
서글피 남겨둔 눈물보다는
그저 묵묵하게 걸어가야 할 미래가 더 긴
이 땅의 끝에는,
아파서 버리고 간 슬픔보다는
한 파도 보듬어 안고 돌아선 발길들이 더 많았을 게다
날개 젖어 날지 못하고
타고 갈 바람 소린 기별이 없어
갈 수 없는 땅끝 여기에서,
그리움이 쌓이고 또 쌓여
온 바다 가득 메우는 그날에 나는
날갯짓 푸르게 먼 그리움의 여행을 떠나 보리라
이 땅의 끝에서.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두고 온 세상의 미련에 눈물 쏟았을 이 땅의 끝엔
접은 날개로, 마지막 파도 끝에 매달려
사라진 내 그리움이 있다"는
더없는 깊은 시상에 빠져듭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사는 길이 다르지만
희망의 아침해를 같이 맞이하고
그리움의 여행을 꿈꾸며 살지 싶습니다
고운 설명절 보내시길 빕니다~^^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바다가 고향인 저
어쩌다 가면 수평선 끝을 바라보며
새삼 많은 생각을 가져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