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38회 작성일 24-02-23 01:06본문
소년과 바다 / 유리바다이종인
아버지를 바다가 일찍 삼키고 엄마는 외동아들을 금지옥엽 키웠습니다
얘야, 절대 바다 물가에는 혼자 가지 말아라
바지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엄마가 새끼손가락을 걸며 어린 아들에게 당부하였습니다
네 어머니, 다녀오세요, 나는 마당에서 강아지랑 놀고 있을 거예요
바다 한가운데 바지락 선 위에서 종일 작업을 하던 중에
갑자기 비구름이 밀려오며 풍랑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는데
큰 배가 요동치자 엄마는 이리저리 몸을 가누지 못해 쓰러지며
혼자 두고 온 아들 걱정뿐이었습니다 제발 아들아, 제발 아들아,
파도가 배를 덮칠수록 엄마는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아들아, 아들아,
우여곡절 다행히 배가 부둣가에 도착하고 엄마는 급히 집으로 뛰어갔으나
마당에서 어린 강아지만 꼬리를 흔들며 반겨줄 뿐, 아들은 없었습니다
아이고아이고 아들아 오데 갔노, 어이? 고함치며 사람들과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바람 잔잔 노을이 예쁘게 퍼져가는 갯바위 아래 소년을 발견하고는
그만 사람들의 표정이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소년은 고래 등 위에서 놀고 있는가 하면 백상아리 입에 손과 머리를 깊게 넣으며
같이 장난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와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해 털썩 주저앉아
용왕님께서 저 아이를 살려주었구나 했지만
아들아, 부르며 어미가 달려가더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끌어안았습니다
일찍 떠나간 아버지가 천상에서 너를 어여삐 여겨 보살피고 있었구나!
어머니, 어머니, 얘들 봐요! 고래도 상어도 너무 귀엽고 예뻐요!
아무리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도 부르면 나와요!
아무리 거센 바람도 내가 웃으면 이상하게 잔잔해져요!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 방송국에서 앞을 다투며 몰려오기 시작했는데
엄마는 자기 아이를 정치 언론의 호기심이나 놀잇감으로 두기 싫어하여
시온산 높고 깊은 선생에게로 은밀히 보내버렸습니다
아들아, 너의 아버지처럼 모시고 섬기거라, 당부하며
지금도 소년은 아버지의 말씀이 있으면 바다로 나갑니다
얘야, 오늘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다 불러 모아보거라!
다만 못생긴 물고기는 데려오고 못된 물고기는 다시 바다로 내버려라!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비현실을 현실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끌 수 힘은 육체의 생각이 아니라
오직 사랑에 의한 교감에서 오는 것이다
그것은 하늘의 영이 하는 일이다
※
정민기09님의 댓글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멋의 시심!
저도
"못생긴 물고기는 데려오고 못된 물고기는 다시 바다로 내버려"야겠습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하영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소설 같은 시 감사합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러한 분위기의 글을 흔히 시나리오 라고들 하지요
저는 어떤 장르든 편견 없이 나의 빛깔로 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