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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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봄
ㅡ 이 원 문 ㅡ
끄을린 부엌만큼이나
그런 부엌이었는데
나무 광에 거미줄 여기저기 걸쳐 있고
이그러진 부엌 뒷문 앞 문은 안 그런가
겨우 열리는 찬장 문 열어 보노라면
큰 그릇에 짠지 쪽 작은 종지에 새우젓
그 옆으로는 달래 간장종지
그리고 먹다 남은 냉이 무침 그릇밖에 없었다
책 보자기 마루에 던져 놓고
뭐 먹을 것 있나 열어보던 그 찬장이 아니던가
먹을 것이라고는 짠지 쪽 하나
그 짠지 쪽 입에 넣고 나오던 날
부뚜막에 굳은 보리밥이라도 있었으면
물에 말아 꺼 먹었을텐데
그날 따라 그 꽁보리밥 꽁뎅이도 없었으니
해 기울어진 점심 무엇으로 허기를 달랠까
썰렁하니 그런 부엌 바람에 시려웠고
저녁이면 따뜻한 보리밥 고봉이 될까
긴긴 보릿고개 먹을 것 없던 그날들
허기진 구름 조각 산 넘어로 떠났다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오래된 부엌을보면 그집의 역사를 드려다 보게됩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지난 날 시골 고향 집
부엌들이 끄을린 부엌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집이 별로 없는 듯
싶은 고향 생각이 떠 오릅니다
귀한 시향에 감상하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하영순님의 댓글

우리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팔 부자지요
머물다 갑니다 이원문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