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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비(雨)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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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회 작성일 24-04-03 14:03

본문



걸어가는 비(雨) 12 / 유리바다이종인



생애 열두 번째 빗소리를 듣는 날이다

도롯가에 개 한 마리가 버려진 곳에 비를 맞아도 떠날 줄 모른다

나는 내 인생에 감사하나 한탄하는 중이다

죄가 없으면 법이 필요 없다

키움 받은 짐승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세상은 주인을 알아보지 않는다

많은 이의 얘기보다 나는 단언하건대

모르는 남들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설움을 많이 받아왔다

설움을 달래주듯이 비가 나를 적시고 있다

인생보다 광활한 자연은 사람을 위하여 만든 장치이며 배경이다

내가 짐승처럼 걷지 못해 두 다리로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동물에게 자연에게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하는 주제에

사람끼리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할 수 있는가

이리도 쉬운 사랑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비(雨)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다

나는 다만 비에 젖어 걸어가며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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