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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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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백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4회 작성일 24-04-19 07:13

본문

볼펜 / 성백군

 

 

연필꽂이에

볼펜 여럿 꽂혀있다.

 

받은 것, 주운 것,

은행, 병원에서 슬쩍한 것,

버리기가 아까워 모아둔 것이 많은데

막상 쓸려고 잡아 보니

태반이 잉크가 나오지 않는다

 

겉모양이 허접한 것이야

그러느니 하면 되는데

고급스러워 아끼던 것들은

배신감이 든다

 

책꽂이 속, 먼지 뿌연 전집들,

해묵은 상장, 보편화된 자격증,

목사, 시인, 무슨 무슨 단체장.

사람 한평생 살면서 실속 없이 붙은 것들

본명은 없어지고 별명만 남았다

 

더듬더듬, 더듬어 찾다가

예로부터 쓰다만 모나미 볼펜 한 자루 잡았다

잘 나온다

내가 여기 있었구나 싶은데

저 많은, 외모가 멋지다고 뻐기는 것들은

어떻게 하지

나는 자꾸 늙어가는데

 

추천0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국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아끼던 볼펜을 막상 쓰려고 할 때
나오지 않아 당황할 때 있습니다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은
평범한 볼펜이나 연필이 정겨운 까닭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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