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없는 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벽이 없는 방
노장로 최홍종
저만치 가버린 역사를 토해내려니 학교 앞 고속 방지 턱이
그 사설이 또한 기쁜가? 슬프지 안쓰럽고 서럽다.
벽은 아예 없고 기둥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휑하니 손들고 엄마손 놓은 노랑조끼가 여유롭다
일없어 우두커니 눈이나 맞추다 소스라치게 놀라고
멍청이 멍 때리다 보다가 어둠이 내리면
슬슬 벽을 만들지, 하고 싶어 원하여 꾸민 것도 아니고
순찰 나온 눈빛을 피해 숨어있다 후다닥 거푸집을 세우고
밤마다 만드는 벽은 유령이어서 호기심이 전혀 발동한다.
긴 허무와 망설임을 대동하고 동정의 눈빛도
핑계 없는 변명을 찾아 힘주어 외쳐보아도 제자리걸음이고
머리 위를 지나치는 구두 발자국은 종종 뻗은 다리를 밟아
나오는 비명을 그때그때 흘러버리고 모아둘지 말지를 생각하지
그날 운수 좋으면 불만 가득한 구두 발에 차이기도 하고
할 말이 무슨 그렇게 많아 방을 허물어 확성기를 잡고
머리도 배도 앞뒤에 큰 노래가 호루라기 시위를 하고
밤낮을 외쳐달라고 험한 부탁을 참고 다소곳이 흉내만
소리 없는 벽이 연출자도 목이 터져라 심혈을 기우려
가없는 하늘을 우러러 이 밤도 별을 헤아리며...
2024 5/25 시마을 발표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향 짙은 시
참 좋습니다
우리모두 건강들 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시마을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