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 올백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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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 올백 공방
노장로 최홍종
공간이 있었다니 아랫방에서 구슬프고 애잔한 음악소리에
끌리던 낮고 허망한 첼로의 모기향 같은 그 몸짓의 호기심에
쎅소폰 소리인가 무슨 낌새를 익히 찾지 못한 채,
흐느낌이 오카리나 해금이 구석진 곳에서 읊조리고 있어
괜히 참견을 하여 한마디 하니, 잘 곳이 마땅치 않느냐?
건장한 체구 범상치 않은 머리를 뒤로 사정없이 젖히고
조금 무게 잡는 궂은 얼굴이 웬 트집이냐고 따지는 것 같아
건물은 교회인데 이렇게 저렇게 세도 놓고 분양해주고
예배처소는 어처구니없게 미미한 곳에 좁게 소박하게 찬양한다.
그렇게 한자리 잡고 벽마다 공구들이 귀한 물건 전시하듯
저곳에는 배너광고를 뽑아내는 실사 하는 긴 천연색 복사지가
차근차근 땀을 드르륵 흘리고 연신 뽑혀 나오고
점잖이 자리를 잡고 앉은 컴퓨터가 호루라기 명령에 일사분란하고
이미 운전대를 잡고 시내 몇 바퀴를 돌다가 지친 몸으로
잠시 점심 먹고 옵니다, 곧 올게요. 이런 쪽지가
꽤 많은 공방식구들이 우드 버닝 타는 기척을 알리고
이름 모르는 제법 값나가는 외제 장정들이 대기만 기다리고
머리를 질끈 묶어 올백한 낮에는 간간히 밤에도 가끔
대형버스를 운전하는 그런 공방에 들렀다 속 만 태우다
쓸데없이 퉁만 먹고 기어 걸어 나오다.
2024 5/27 시마을 발표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향 짙은 시 구절이 좋아 한창 머물다가
갑니다
같이 할 수 있음 저에게는 축복입니다
우리모두 건강들 하시길 바랍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모든 작품은 은밀한 공간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저는 길거리 인도 신호등 있는 건널목에서도 작품을 그리고 싶어요
옛날의 나를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