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칼은 뒤를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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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줏간 칼은 뒤를 꺼린다
노장로 최홍종
가게 앞 모기 쫒는 파리채가 사망신고를 한
이마에 질끈 동여맨 땀 투정은 우아한 손놀림으로
긁적이기 시작하고 A4용지에 문득 생각을 찾듯이
줄줄 적어 읊조려 나간다.
걱정하지 마시고 김해 상동마을 도살장에서
한 번도 임신한 적 없는 미경산 암 소한마리
처리한 신고가 들어와 날카롭고 미묘한 솜씨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용감히 이쪽저쪽 도려냈다고
파도를 타고 넘는 빗장을 풀어 헤치는
카누의 물살이 한쪽으로 가는 가 오는 가
아니다 양족에서 투정이 나오지 못하게
비개덩이를 누비며 몇 점의 제비초리를 찾아
대원칙이 있는 모양으로 소귀신 입을 보지 않고
구유 통에 발을 풍덩 담그며 이유 있는
선지피를 긁고 또 긁어내어 긴 염불을 하며
안심이 되지 않은 기색으로
탁탁 도마를 두드리며 한 그릇 퍼 담아
날선 칼솜씨는 검은 천위에 비단을 깔고
제사상 차리는 할멈의 비위를 듬뿍 짜른다
그러나 캥긴다 뒤가 아무래도 뒷골이 당긴다.
2024 6/4 시마을 발표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 도살장이나 마을 잔치 때
돼지나 소 도축 장면을 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점차 짙어지는 녹음의 계절을 맞이하시어
행복한 날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