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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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철다니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18-09-01 10:00본문
4·3 레퀴엠
-제주 4·3 70주년에 부쳐-
김 철 호
희디흰 눈, 소복이 쌓인 올레
빨간 동백꽃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368 오름 제비꽃, 찔레꽃이 고개 내밀면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산방산, 사라봉에도 유채꽃 파랑波浪이
그리하여 물새 우는 서귀포, 삼신 탄강 제주성에도
1948년 4월은 흘러가고 없는데
어찌하여 엘리엇은T. S. Eliot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암울한 시대에 총칼, 몽둥이, 대꼬챙이에 찍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워지지 않는 상흔, 치유의 길은 어디에도 없는가?
그 4월은 해마다 돌아오는데...
4월은 선택할 수 없는 자유로 밀봉하고
제주 선민의 가슴속에 한을 심고
그 한은 승천하여 별이 되고 말았을지니
쫓기며 불안에 떨다 죽임 당한 사람
큰 소리 치며 맘대로 행동하고 몹쓸 일 저지르다 죽은 사람
누가 선한 사람일까? 누가 악한 사람일까?
선한 사람이 존재하므로 악한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데
악인이 없다면 선인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아름다운 제주 산하에 부활하여 피어오르는 야생화를 위하여
진혼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여러 사연이 착종錯綜했던 혼돈의 역사에서
강압 속에 선택했던 이념의 질량을 저울질 하는 일은 온당한 일인가?
개인의 가치와 사회정의는 일치할 수 있었던가?
사느냐? 죽느냐? 갈림길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가?
정의로운 사람이 있으므로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드러나지?
사람이, 사람의 삶을 심판하는 일을 후세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70성상 흐르고 기억이 혼미해지는 시공에서
시나브로 사랑과 평화의 마음으로
어둠의 역사를 빛의 역사로 승화하는
화해와 상생의 염원에 응답 있을지라.
산 자와 죽은 자, 마음과 영혼의 화해로
자유, 평화, 치유의 노래 함께 부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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