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찜질매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전기 찜질매트 / 유리바다이종인
9년 전 길거리를 지나다 여름장맛비에 흠뻑 젖은 찜질 매트를 하나 주웠다
며칠을 뽀송뽀송 말린 뒤 코드를 꽂아보았다
어? 되네? 열기가 퍼지고 있는 거라
어깨에서 허리 골반까지 사이즈가 애인처럼 딱 맞다
누군가 더 좋은 거 사서 옛날 꺼 버렸나 보다
그래 아무렴 새것이 더 나을지도 몰라
나도 차츰 늙어가면서 새것에 대한 소망이 강하다
그래도 함부로 옛 것을 버리지 않는다
지난 일로 하여 새로운 진실이 교훈으로 건설되기 때문이다
우연일까, 오늘 처음으로 에어컨을 켰다
기억해 보니 작년 6월 13일에 에어컨을 켠 날짜와 일치했다
시는 시답게 산문은 산문답게 써야 한다
오늘 침대 위에 찜질 매트 커버를 벗겨내며 그간 참 고마웠다
쑤셔대던 추운 관절에 새싹을 틔울 수 있었다
혹 이름 높은 시인들이 이를 읽고 치졸한 사고에 머문다 할지라도
내가 찜질매트를 얘기하는 줄 아느냐
죽은 것도 살리고 버려진 것조차 불러들여 고치고 새로 수리해 줄게
무엇으로? 바로 계시 실상의 진리를 나는 배웠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저는 아까운 병이 있어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합니다
소중한 사람도 버리면서 잘 지내지요 안부 두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