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풍경 / 향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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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풍경 / 향일화
지금은 그대가
불같은 꽃잎의 입술을 다루는 중이네요
저리도 여린 그대의 날갯짓이
자연을 휘감아 도는
거대한 폭풍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먼발치의 팔락거림이 잔물결로 튕겨 나가
빗금을 긋고 그어
무지갯빛 오로라로 감싸게 될 줄,
화들짝 놀랐던 날갯짓이
온몸으로 바다를 밀어내는
쓰나미로 변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검게 드리운 먹구름이 저만치 밀려가고
덕지덕지 낀 이끼들도 씻겨가고
마른버짐은 또 어떻게 사라졌는지
팔락일 때마다 일렁이는 물결이
강한 회오리로 휘감깁니다
그대의 날갯짓, 오늘은
꽃잎의 불같은 몸을 다루는 중인가요
비밀을 윙윙 몰고 다니던 벌들을 피해가며
달달하게 묻혀주었던 그대 사랑은
꽃들의 붉어진 뺨에서
어느새,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네요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그대의 날갯짓, 오늘은
꽃잎의 불같은 몸을 다루는 중인 것 맞습니다
시마을 시인님은 하나같이 좋은 친구 입니다
편한 밤 되셔요 향일화 시인님
안국훈님의 댓글

활짝 피어난 하이얀 망초꽃
바람결에 일렁이는 모습 아름답고
온갖 이름 모를 나비들이 찾아와
자유로운 날갯짓에 허공은 아름답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빕니다~^^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꽃 잎에 묻혀주었던 그대 사랑
꽃들의 붉어진 뺨에서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사랑을
고운 사랑을 만나고 겁나다.
귀한 시향에 감상하고 갑니다.
오늘도 즐거운 금요일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피부 알레르기 / 유리바다이종인
내 기억으론 7살 때였어
가을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면 땅을 파헤쳐 정체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어
흙담 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었고
엄마는 나를 끌어안고
고마 됐구마, 아들 하나 있는 거마저 죽일랑교?
그때는 가는 곳마다 나비의 무늬가 화려했어
빛깔대로 다 잡아 살펴보고 날개를 하나하나 뜯어보았어
뱀 들쥐 박쥐 손에 닿을 듯 쏟아져 내리던 밤하늘 별도
긴 장대로 휘두르면 우수수 땅에 떨어지곤 했었다
40대부터 피부 가려움증이 심해 병원을 오래 다녔지
선생님, 피부에 자꾸 예쁜 나비가 돌아다녀요
뱀이 기어 다니고요 별빛이 문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져요
미치겠어요 제발 약 좀 처방해 주세요
내가 때리고 죽였던 옛날 것들이 자꾸 꿈에서도 나타나요
먹고 바르고 약이 소용없었단다
그때 나도 모르게 내 몸에서 글이 나오기 시작했어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눈물이 종이 위를 적시곤 했었는데
차츰 피부에 동양화 같은 문신의 그림들이
하나둘씩 지워지기 시작했던 거야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좋은 계절입니다
꽃도 좋고 벌 나비도 좋고요
낙화가 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