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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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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9회 작성일 24-06-25 06:56

본문



말 안 듣는 병사 / 유리바다이종인


이 산 저 산 고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밀고 밀리는 처절한 전쟁터에서
말 안 듣는 병사가 하나 있었단다.
적군을 향해 어둠 속에서 낮은 포복으로 나가라고 지휘관이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는 사랑하는 자기 부모 형제가 적군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장면을 떠올렸고
순간 원한을 참지 못해 벌떡 일어서서 적진을 향해 소리치며 뛰어나갔지.

그때였어. 전방에서 조명탄이 공중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아군들이 대낮처럼 드러나 많이 죽기도 하고 작전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휘관은 명령을 어긴 병사에게 다가가 허리춤에 권총을 빼어 들고 겨누며 말하기를,
내가 지금 군법에 따라 너를 즉결 총살할 수도 있으나 먼저 보여줄 것이 있다

눈앞에는 수많은 전우들의 시체와 팔다리가 떨어져 뒹굴고 있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병사는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에 털썩 땅에 주저앉더니 스스로 방아쇠를 당겨 자결하려고 했다
지휘관이 총을 빼앗으며 너는 자결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
왜 그런 짓을 하였느냐? 물으니 자초지종 대답하는지라,
나도 너처럼 원한이 깊다.
그래서 부하들과 합력하여 적을 섬멸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지휘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너의 죄는 당장 내 권한으로 총살할 수 있으나,
보아라! 너의 부모 형제보다 더 많은 목숨들이 죽었다
너에게만 부모 형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네가 만약 너로 인해 죽어간 아군의 수만큼 어떤 방법으로든 적군을 없앤다면
그 공로를 봐서라도 너의 죄를 다시 묻지 않겠다.

다음날 어둠이 깊어가고 산과 산 강을 사이로 두고 적군과 아군이 대치하며
쌍방 간 침묵 속에서 지휘관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병사가 갑자기 한 맺힌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내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부모 형제 죽고 나만 홀로 남았네
     고사리 손 같은 나를 들어 올리며 
부모님은 나를 업고 키우셨네

     전쟁 없는 땅에서 영원히 웃으며 살고 싶어라

크게 노래하며 벌떡 일어나 총을 멀리 던지는 병사를 보고 숨죽이고 있던 전우들이
이봐! 죽고 싶어? 빨리 엎드리지 못해!
그러나 지휘관은 그 병사의 노랫소리와 얼굴을 보니 너무도 결연하고 평화로운지라
그냥 놔두라고 명했다.
만약 그가 적군에게 죽으면 사람의 뜻이요
만약 그가 죽지 않는다면 이는 하나님의 뜻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적군은 미동조차 없는데
병사의 노랫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어머니 넓은 치마에 흐르는 강물 따라 나도 흘러가고 싶어라
     나 어쩌다 나 살자고 사람 죽이는 몹쓸 인간이 되었는고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고 해 달 별 밝으나
     슬프구나 우리 인생이여! 죽음을 벗 삼는 땅이여!
     어찌하여 너와 나는 태어났는고
     나 죽어서도 너를 위해 울며 노래하리라
     죽음은 사랑이 아니라네
     살아서 살아야 영원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네

그때였어,
숨죽이고 있던 양쪽 진영 간에 흐느끼는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모두 일어나 총을 내리더니
그 병사의 구성진 노래를 따라 부르는 기이한 상황이 일어난 거야,

     아 슬프고 외롭구나
     누구를 위한 전쟁인고
     누구를 위한 죽음인고
     흰구름 밀려오는 곳에 천상부모 모셔 놓고
     영원히 영원히
     새처럼 살고 싶어라
     웃으며 살고 싶어라
     이 땅에서 살고 싶어라

그러자 갑자기 맑은 하늘에 점점이 뭉게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더니 어디선가 날아온 새들이 하늘을 뒤덮으며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그늘막으로 가려주고 있었단다.


이 기이한 소식이 전해지자 적군의 총통과 정치권력들이 몰려와
싸우지 않는 자기 군사들을 하나 둘 총을 쏴 쓰러뜨리며
싸워라! 싸워! 죽이라 말이다! 명령하며 마구 학살하던 그때였어.
하얗게 빛나던 하늘 구름 속에서 뇌성번개가 땅을 뒤흔들더니
번개가 내리치는 자리마다 전쟁을 고집하던 적국의 우두머리들이
몸이 새까맣게 불타고 재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려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어.

그 후 전쟁이 종식되고 나라마다 평화협정이 이루어졌는데 
지휘관이 군복을 벗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말 없는 미소로 병사에게 다가와 깊은 포옹을 하였다.



2024 오늘의 문학사, 계간 '문학사랑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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