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가 넘었을 어무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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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가 넘었을 어무이에게 / 유리바다이종인
야 이놈아,
니 아비는 혼자 밤새도록 항아리째 술을 마셔도 아침 일찍 일어나
도끼로 장작을 패고 소죽을 끓이며 식구들을 깨웠다
술도 약한 놈이 무슨 비관이 그리도 많으냐
와 혼자 세상 근심 다 하고 사노, 그 카다가 사람한테 당한다
어무이 사실 왜냐하면요,
말이 나오기도 전에 85세에 떠나고 말았다
그날 가을 풀벌레 소리가 단풍나무속에서 요란했다
자식 말도 좀 들어보고 가시지
생전 말씀이 예언이었을까, 나 반평생을 헤어지고 넘어졌으니
나는 어떤 인생이든 늦었다고 보고 단정한 적 한 번도 없다
어디서든 새로 시작하는 그곳이 바로
응애, 응애, 울음을 터뜨리며 탯줄을 끊고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면 100세가 넘었을 아버지 어머니
나는 거듭 태어나 또 살아가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하영순님의 댓글

인생 길고도 짧은 인생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 오는 그리움
떨쳐 버리지 못해 가슴에 안고 사는 인생입니다 유리바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