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끗희끗한 민둥산 되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희끗희끗한 민둥산 되어
노장로 최홍종
무성하여 큰집 대들보 감을 솎아 내야한다고 허풍 치더니
괜히 엄살 부리고 엄청 헛헛한 웃음으로 처리곤란이었지요
해가 거듭할수록 낙엽 지 듯 소리 없이 떨어져나가고
황망하게도 그토록 짙은 계절이 가을 낙엽처럼 숭숭 빈자리만 남기고
나무 한그루 풀포기 한 점 없는 폐허로 부끄럽게 고개도 숙이니
언제 숨 쉴 겨를도 없이 불쑥불쑥 수줍게 새싹이 돋아났던지
하얀 서리발이 앞산에 소복하게 쌓여 보아주려니
볼썽 진짜 가관이고 부끄러워 한숨이 나구나
삶의 여유와 인생의 여백을 이곳에서 다 쏟아내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한동안 떠 보니 금방인데
헛웃음이 갈팡질팡하고 엉뚱하게 의미 없는 큰소리가
꾸부정한 걸음걸이는 이미 생기를 잃고
민둥산 내 집 앞을 빡빡한 대빗자루로 싹싹 쓸어내어
휘영청 달빛만 온데간데없이 민둥산을 친구하여
그림자 하나 없이 쉬어 갈 곳도 아쉽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나이 들어도 마음은 청춘인데
찾아오는 백발과 민둥산을 어찌 할 수 없지만
요즘은 염색약과 모발이식이 있어
조금은 어찌어찌해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행복한 유월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