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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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 / 정건우
오가는 사람 발길도 끊겨
일찍이 글러먹은 시골 오일장 한 귀퉁이에
먼저 간 영감 흉을 보는 듯
구시렁구시렁 옥수수를 뒤집는 할머니
그새 날까지 허물어져서
우라지게 들이대는 안개비가
불 구멍 틀어막는 고랑 같은 손등을
간간하게 적신다
어느 새벽이었을 것이다
화덕 같은 가슴, 불 구멍을 열어 놓은 채
몸서리치게 소름이 돋던 사춘思春의 밤을 사르려
말라비틀어져 영영 융기隆起되지 않던
할머니 젖무덤을 더듬었었지
저리 앉아 오늘은 또 누구를 기다리시나
그 발길 따라 불 구멍을 지피시나
손등 아래 알알이 익어가는 노란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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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 시간이 있으면
자주 오일장 구경 다니다 보면
얼마 안되는 농산물 내놓고 온종일 앉아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좀 계셨지요
행복한 유월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