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 난 고향 읍내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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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 난 고향 읍내 사거리
노장로 최홍종
뽀얀 먼지가 창호지 문풍지를 윙윙거리며 동화마을 속을 달리던
고향의 옛 버스는 이젠 멀미도 하지 않고 건방지기 그지없다
도시물이 들어 희멀쑥한 치장이 오히려 웃기고
동구 밖으로 뛰어나와 짖어대던 바둑이도 껌을 잘근잘근 씹고
이젠 하얗게 추억 속에 묻어버리고 암내를 풍기며 꼬리를 흔들고
쌩하며 굉음을 내는 고래 등짝 같은 철마를 타고
알아보는 사람 없고 눈짓도 서툴러 휑하니 서글퍼다
허리 굽은 막차 타고 올 아들 기다리던
덥썩 손이라도 잡아주려나
안마당엔 기화요초 빌라 맨션에 홀렸고
큰집 형님은 월남 아가씨와 늦장가를 겨우 들었다고
메뚜기 잡고 피사리 뽑던 그 곳이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
울긋불긋한 소주병 들고 나설 할아버지 얼굴이 망령이 나서
길섶을 따라 빨갛게 피었던 사르비아 깨꽃도
이젠 온갖 개꿈에 시달리다 정신이 팔려
같이 망령이 났나보다
신작로 큰길도 치매 환자로 입원하셨다고...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고향여름이 그립습니다
불편했지만 옛날이 그립습니다
우리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우리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