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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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결투?
햇빛이 비추자 말뚝에서 그림자가 걸어 나온다,를
쫓겨났다 물러났다 밀려났다 등장했다 발견했다
그 낱말들이 서로 밀고 당기느라 야단법석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고 반은 틀리고 반은 맞은,
아니면 전부 맞고 전부 틀린 전부 틀리면서 맞은
그림자가 길어지더라도 말뚝은 고요하다
짧아져도 가벼워지지 않는 말뚝에 매인 소를
풀면 말뚝은 단지 땅에 박혀 있는 나무,
그림자가 제 몸으로 다시 돌아오는 저녁이면
말뚝은 어디에 그림자를 간직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이 말뚝보다 깊이 어둠에 박히는 것이다
그 질문의 그림자도 어디에 숨었을까, 라는
말뚝을 품은 채 걸으면 그림자처럼 길어지는
따라오는 동행하는 멀어지는 말뚝의 힘
말뚝을 뽑으면 그림자도 뽑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질문을 밀고 들어와 가지를 벋는다
꽃이 슬슬 피는 것은 새로운 말뚝이 되는 것
선은 악으로 악은 선으로 뽑혀지지 않는가, 라는
거대한 말뚝을 박으니 비로소 고요해지는 말뚝에
불을 붙이자 그림자가 돌아오다 모두 타버린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깊은 시의 향기
감사합니다
어둠은 빛을 찾고 있습니다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벌써 시제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깊은 내면에서 스며나오는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영적으로 꿰뚤어 보는 얘기인 듯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