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리 지나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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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리* 지나는 길에 / 정건우
멀리 법수 농공단지로 출장 가서
수입 면장에 불합격 도장을 찍고
나는 불현듯 풀 뜯는 암소의 빵빵한 아랫배가 보고 싶어졌네
그러나 가고 싶은 그곳은
내비게이션에 입력되지 않는 아스라한 곳
가도 가도 끝없는 모르겠는 길
왔던 길을 몇 번이나 다시 돌아왔던가
그러다가 보았네
모로리 그 기나긴 뚝방길을 홀로 걷고 있는 젊은 여인을
확실하게 내딛는 뒤꿈치를
월남치마 차림으로 강림한 천사인가 싶었네
이 벽촌 사방 십 리 안쪽이
사람도 짐승도 풀벌레 소리조차 없는 여기가
천상이지 싶었다네
오목렌즈 속으로 걸어가는 꿈길이었네
이미 왔던 바람이 아직 오지 않은 바람을 데려다 놓은
내 마음의 옆 동네.
모로리*: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있는 마을 이름.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처음 대충 감상하니 화려 수사적언어로 보였는데 아니더군요
스토리가 실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실말입니다
임신 유무를 떠나 바라보는 암소의 불룩한 배처럼 무엇을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이
마치 입력되지 않은 네비게이션처럼 현실은 여전히 정체불명의 안개와도 같네요
오죽하면 오목렌즈 속에서 보이는 세상 길이라 했을까요
멀리서도 아니고 바로 옆 동네라 했을까요
정건우시인님 좋은 시 감사합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졸 시를 깊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종인 시인님.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근데 우리 시마을님 많이 바쁘신가요? 시향방에 한번 찾아주시지요
촌장님께서 더욱 애타는 심정으로
장마철 고온다습한 논밭을 두루 살펴보시고
채소가 녹아내렸는지, 떠내려 갔는지,
농작물 방충에도 마음 써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떠하십니까 때맞춰 옥고의 시 한편 시향방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