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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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기도 / 유리바다이종인
언제 시작되었는지 내 안에 가시가 있음을 발견했다
내가 내 몸이 아님을 알아채기까지 세월이 갔다
조금만 잘못해도 심장에서 가시가 돋아 났고
조금만 탐심을 부려도 고스란히 나에게 되돌아왔다
어느 날 하늘의 해 달 별이 다 떨어졌다는 얘기를 분명 들었는데
여전히 하늘에는 해 달 별이 빛나고 있었다
삼백예순 날 기도를 해도 해 달 별은 그대로 있었다
세상을 보니 하도 화가 나서 바늘로 찌르기 시작했다
낮에는 해를 찔렀고 밤에는 달과 별을 찌르기 시작했다
떨어져도 그대로 있는 거 보니
아마 땅을 새로 살리는 엄청난 공기가 들어있을 거야
눈으로는 알 수 없는 해 달 별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다
봄 여름 겨울보다 가을에 더 많이 떨어지고 있다
나는 여전히 바늘을 엄지 검지에 고정한 채
낮이나 밤이나 하늘을 찔러대고 있다
내 속에서 서서히 바늘이 녹아져 갈대처럼
또 부드러운 바람이 내려와 새 노래를 불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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