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납양특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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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납양특집 1 / 유리바다이종인
한 젊은 사람이 종교적인 문제로 직장에서 해고되어 시름 깊어 갈 때 귀농을 꿈꾸고 있었단다.
아내와 어린 자식 둘을 데리고 어느 산골 마을로 이사를 하게 되었지.
먼저 마을 이장을 찾아뵙고 인사하리라 하고 동리를 찾아도 사람이 없는지라.
이에 두루 살펴보다 마을회관에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고 이장 어른이 계시더라.
내가 꾸벅 인사를 하며 서있는데,
이보게 젊은이! 자네를 보니 수십 년 전 꼭 그때의 사람과 흡사 닮았구먼,
이리 와서 내 옆에 앉게나!
이장 어른의 이야기는 마을회관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어.
아내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노모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어머님마저 갑작스레 병이 들자 농사일이며 병수발까지 혼자 하게 된 거야.
어느 날 등산객차림의 사람이 집을 찾아왔는데
자기는 전국각지 명산을 찾아다니며 약초를 캐는 사람이라 소개하며
허기지고 목도 마르고 값은 후히 드릴 테니 요기거리라도 좀 주소!
급히 밥을 데워 된장찌개에 고추 상추밖에 없어 내어 주니 허겁지겁 먹는 거라.
아들아! 어디 있느냐? 똥오줌이 몹시 마렵구나!
한 늙은 어미가 방문을 열어젖히며 엉금기어 나오다 마룻바닥에 쓰러지는지라.
주인장! 당신의 어머님께선 언제 저리 되셨소?
내 어머님은 올해 8 순인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눈이 멀고 치매를 앓기 시작했소만.
아 그래요?
나는 전국 방방곡곡 산에 진귀한 약초를 캐며 값없이 병자의 몸을 고쳐주는 약초 꾼 올시다.
내가 보니 당신 어머님의 병은 육신의 병이 아니라 영혼의 병이오!
당신이 보고 있는 산을 네댓개 넘다 보면
낮이나 밤이나 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높은 산을 하나 만날 것이오.
그 산에 가면 비교할 수 없는 큰 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그 나무 잎사귀를 한 자루 따서
정성껏 달여 먹이면 병이 속히 나으리라.
네 이놈! 시방 뭐라꼬 씨부렁대는 것이냐? 내가 그 소리 솥하게 들어왔고
무당을 불러 춤을 췄으며 심지어 큰 교회 부흥 목사까지 초빙하여 거금의 돈을 찔러주며
기적의 안수기도까지 받았느니라.
목사가 마귀를 쫓아낸다며 내 어머님의 목을 조르며 철썩철썩 귀싸대기를 때릴 때에
차마 볼 수 없어 내가 목사 그놈의 멱살을 잡고 끌고 나와 마당에 내동댕이 쳤었느니라!
가만 보니 너도 그 사기꾼 놈들과 한패거리가 분명하다.
네 이놈을 당장!
이장 어른이 마당 한편에 몽둥이를 찾아 주패려고 들고 오니
홀연히 방문객이 사라지고 상 위에 차려진 음식도 그대로 있는 거라.
이장 어른은 그만 아연실색하여 눈을 비비며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게 뭔 일이여? 내가 시방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방금 있던 사람도 연기처럼 사라지고 음식 먹는 것을 분명 보았거늘
밥상이 그대로 있다니...?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한낮의 외출은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 전설의 고향이나 동화 속 이야기를 보면
호의를 받은 지나가던 스님이나 나그네가
일러준 처방을 받고 산삼을 구하거나
깊은 산속에서 찾은 약초를 달여 낫다는 이야기는 접했습니다
고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