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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납양특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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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리바다이종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7회 작성일 24-07-26 17:11

본문



2024 납양특집 2 / 유리바다이종인



마을회관에 노을이 지고 불이 켜졌다

이장 어른은 잠시 얘기를 끊더니

"음.. 어째 목이 마르구먼."


마른 침을 삼키며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했던 사람들은

어른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던 그때, 아줌씨 몇 사람이 커다란 항아리를 내려놓더니,

이장님예! 집에서 동동주 익혀놓은 거 통째로 몽땅 들고 왔심더!

또 다른 아주머니는 지는예, 빈대떡이랑 정구지 배추찌짐도 부쳐왔어예!


마을회관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준비된 상마다 음식들이 푸짐하고

모두 흥겹게 먹고 마시며 웃음소리로 떠들썩 하였다.

보이소, 우리 이장어른 구순이 다 되었심더마는 아직도 청춘인 기라!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60대 중반 정도로 짐작했건만, 구순이 다 되었다니...?


이윽고 이장어른은 탁배기 한사발 주욱 들이키고는 한껏 고양된 얼굴빛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가만...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이고 이장어른! 그 뭐꼬, 밥상 그대로 있고예, 갑자기 사라진 사람예! 하하하,

아 맞다 맞데이,

손도 대지 않은 것처럼 밥상이 그대로 있고 홀연히 사라진 빈자리를 쳐다보며

시방 내가 대낮부터 귀신에 호린 것인가?

마루에 걸터앉아 혼자 멍하지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던기라!


이는 필시 하늘에서 보내준 사람임에 틀림없더.

그리고 그 손님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데이.

내가 이 곳에서 나고 자랐으며 사방 층층 모르는 산이 없었거늘, 

낮이나 밤인마 구름과 안개로 뒤덮힌 산이 있다니?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첫 닮이 울자마자 나는 간단 행장을 챙겨 

일러준 그 산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네. 산을 몇 개 넘었을 뿐인데, 

저 멀리 높은 산에서 알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음을 알았네.

그 빛을 향해 산을 두어 개 넘었을 뿐인데, 멀리 보이던 산에서 알 수 없는 빛이  

알 수 없는 빛이 옛날 모세가 보았던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음을 보았네.


그 빛을 방향하고 산을 넘기를 여섯 째, 여섯 째 산 능선을 내려와 

다시 일곱 째 산 초입에 들어섰는데

인적 없는 숲속에서 여인의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어.

웬 젊은 여인이 머리에 수선을 쓰고 밭에서 감자를 캐고 있는거야.

순간 서로 눈빛이 마주쳤고, 여인이 잠시 깜짝 놀라는 기색을 하더니,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인데 어디를 급히 산을 건너 올라가시는지요?"


나는 내 어머남을 살리는 약초를 구하러 사람인데, 

낮이나 밤이나 구름과 안개에 뒤덮힌 산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오.

낯선 남자를 보고 놀란 듯 살짝 얼굴이 발그스레 하더니 

여인은 계속 받을 매고 있었다네. 


얇고 속이 훤히 비치는 풍만한 가슴골 사이로 땀방울이 흘러 내리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잠자던 아래 거시기 불끈 솟으며 침을 꿀꺽 목젖으로 삼켰네.

아.. 이 얼아만인가, 아내가 일찍 떠난 후론 다른 여인을 품어본 적 없었거늘,

심장이 절로 쿵쿵거리기 시작했네.


바로 저 앞 숲속 냇가에 저의 집이 있어요. 잠시 모이라도 축이고 가세요.

옆눈으로 배시시 웃는 미소가 내 심장을 마구 방망이질 하더구먼,

아름답고 아담한 키의 여인을 따라갔는데

갑자기 허공에서 소리가 들려왔어!


"너는 그 여자를 따라가지 말라!"


무슨 소리가 하여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지.

내가 잘못 들었구나 하고 앞서 가는 여인을 끌어안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내 심장으로 파고들더니

말이 터져나왔어. 내 의지와는 상관 없는 말이 터져 나왔어.


네 이년! 악한 음녀 마귀야! 

당장 그 사람에게서 나가지 못하겠느냐!


나도 모르는 내 입에서 일갈하는 소리를 듣고 그 여자가 몸을 현란하게 비틀더니

여자의 알몸이 머리 끝에서 입술 젖가슴 유두 할 거 없이 

뱀의 두 갈래 혀처럼 갈라지고 있었어.


"젠장 들켜버렸네."


여자의 몸이 불에 타는듯이 검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며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네.

나는 너무 아까워 손을 뻗치며 잡으려 했었네.

아 저 백옥의 살결... 아 저 가슴결... 


잠시 이장어른이 몸을 일으키더니

여러분! 마을사람들아!

내 나이 곧 구순이 넘어가네.

사연을 아는 옛 동무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세대를 이어받은 너희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하늘님의 신과 마귀의 신은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두 눈으로 보았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증언하는 것이라네!


다시 이장어른이 자리에 앉더니 다음 얘기를 잇기 위해

탁배기를 한사발 주욱 들이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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