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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버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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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건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8회 작성일 24-08-02 10:15

본문

다시 아버지의 집 / 정건우

열다섯 해를 비워둔 폐가를 철거하였다

달포 전, 집에 들렀을 때

옥상 난간을 오랏줄처럼 얽어 맨

포도 넝쿨을 보았다

올해도 수돗가의 포도나무는

제 그늘 밑에서 짓무르는 열매 성글게 두고

열기 탱천한 지붕을 덮으려 안달이었다

저 갈급하고 촘촘한 미련의 매듭

이제 그만 걷어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공터에 한동안 있어보았다

허물어지기 전엔 보이지 않던 벽장이

짱짱한 햇살 아래 원래 그 자리에 고스란하다

내 어깨 높이에서 벽장은 냉장고만 한 그늘로 누웠다

수십 년째 발효 중인 배내옷 젖내가

뭉글뭉글 코앞에서 후 발효되고 있었다

작년보다 에법 더 달짝하다고

서너 알 따서 한 입 털어 씹어보라고

딱딱 끊기는 전지가위질 소리 옥상에서 들려왔다

방금 그이는 바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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