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여름을 울려고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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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여름을 울려고 왔나?
노장로 최홍종
끈적끈적한 열기와 땀범벅이 새벽까지 죽자고 싸우다
툇마루로 걸음하여 연유도 짐작도 어려운
바짝 엎드린 얇은 비단결 엉금엉금한 날개 짓을 보고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 걷잡을 수 없다.
수놈은 그렇게 애타는 고함을 지르고 죽을힘을 피를 토하고
땅속에서 수년에서 수 십 년을 버텨내고
알에서 성충이 되어 가까스로 우화羽化하면
겨우 일주일 길어야 이 십 여일 살다 죽어요.
옛 선인들은 매미를 이렇게 선하게 슬프게 노래했지요.
학문을 상징하는, 갓 끈 같은 뾰족한 굳게 뻗어 다문 입
농산물은 절대로 해치지도 않은 착한 벌레였고
그 날개 짓은 그 부비는 안타까운 소리는
게으른 녀석 낮잠 깨우고 잠 씨름하는 노인 자장가 이었지요.
살고 기거할 집도 절도 없이, 제 집을 짓지도 않은채
무서우리만큼 검소하게 짧은 삶을 살고
죽을 때를 알고 어딜 가도 신의를 지키며
이슬이나 나무의 수액을 먹고 신선같이 살다가
한여름 내내 불쌍한 인간 위로하며 부채질하다
세상사를 일깨우다 같이 울어주다
짧은 생애를 살았는지 울었는지 얼핏 또 급하게 죽다니....
2024 8/6 시마을 발표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어제 멀쩡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참매미를 보니
그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올해는 매미 소리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행복한 8월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