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거미/장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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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거미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건너편 처마 밑을
관측하고 측량한다.
보유하고 있는 실타래의 양으로
얼마만한 그물을 짜야할까
가늠하고 장마가 시작되기 전
완공을 서두른다.
-
그네타기로 몸을 날려
처마 밑에 용접해놓고
줄을 뽑아 타고 내려와
건너편 나뭇가지에 매어놓고
수없이 왕복하면서 그물을 짠다.
-
공정이 끝나갈 무렵
준공심사관이 바람을 이끌고 와
그물의 강도를 체크하고, 심사 한다.
준공이 떨어지고
그물 한편 에서 쉬고 있을 때
먹이를 찾아 떠돌던 잠자리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어 바동거린다.
재빨리 달려 나와
오랏줄로 결박하는 비단거미,
긴 다리가 4쌍 다리 마디마디 마다
야간 경찰봉처럼 노란빛이 빛난다.
그 빛을 먹이로 오인하여
함정에 빠져드는 곤충
* *
2014 제35회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
시 부문 가작 입선작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거미를 본지 오래 옵니다
거미는 거물 짜고 자기거물에
자기가 잡힙니다
자기말에 자기가 잡히는 현실이 많습니다
우리모두 건강하셔요
장 진순님의 댓글

노정혜 시인님 오늘도 찾아주시어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