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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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 / 정건우
오늘도 장모는 양철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불 밝힌 봉당에 오도카니 서 있는 것입니다
꿈자리가 사나워서 들러보는 저녁 처갓집
구죽구죽 또 비는 오시는데
뒤란에 개살구나무처럼 홀로 늙은 장모가
수상한 부뚜막 그늘 속에서
머슴 밥을 풉니다
약은 때마다 챙겨 드시고?
무릎 위로 돌아다니는 죽음을 토닥이다가
이내 곧추세우고
별일 없지럴? 장모는 괜히 딴청을 피웁니다
개다리소반을 물리고 나면
나는 그새 볼일 끝낸 빚쟁이 얼굴로
다시 골목을 돌아 나옵니다
얼추 이러길 한참 되었습니다.
시집『직선』중에서, 천년의 시작 2024.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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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요즘 처갓집이란 한정식 식당에 들리면
투박한 반찬에 윤기 흐르는 밥이 있어
자주 들리게 됩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고운 8월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