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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못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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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13회 작성일 18-01-05 09:14

본문

낯선 땅에 와, 삶의 터전 마련하고

막내아들 대학문 나설 때

개 한 마리 물려주고 먼 길 떠나간 아내

-

자식, 손자 발걸음 뜸해지고

유일하게 정 붙이고 사는 개

늙고, 비만에 관절염까지 거동이 둔하다

요실금증까지 있어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통에

짜증나는 할아버지

이놈아, 날 좀 그만 괴롭혀라

내 몸 추스르기도 힘들어

그만 없어졌으면 좋겠다,

-

그날부터

주는 음식도 먹지 않고

오줌도 누지 않고

괴로운 듯 누어만 있던 개

새벽녘, 잠자고 있는 할아버지방문 앞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물러간다.

-

잠에서 깨어난 할아버지

이상한 예감이 들어 개집에 나가보니

잠자는 듯 죽어있는 개

참았던 오줌 바닥에 질펀하다.

-

개집 치우고,

무덤 만들어주던 할아버지

아내가 떠나가던 그때처럼

넋 잃고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추천0

댓글목록

정심 김덕성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심 김덕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개는 말을 못해도...
개의 무덤을 만들어 준 할아버지
귀한 시 많은 감명을 받으면서 감상하고 갑니다.
따뜻한 겨울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장 진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심 김덕성 시인님, 찾아주시고 좋게 보아주시어 감사합니다
새해에 좋은일 많이 있으시길 축복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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