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아래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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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아래 누가
이 강 로
누가 두고 갔다
혀의 한 잔
아중호수 의자에 두고 간
입술은
일회용 컵 안에서
조용히 휘파람 소리를 낸다
누가
아침 일찍이 목련 한그루에
마른 흰 기저귀 걸어놓았다
이젠 잊을 뻔도 하지만
그 아래로
하얀 꽃잎 입에 크게 달고
주먹을 씩씩하게 흔들며
젊은 여인이 지난다
서툰 바람이 가지에 걸려
신음한다
누가 가지에 걸린 바람을
쉽게 떼어내려 하자
나무가 깊게 거부한다
혀의 수많은 잔이 가지에서
희게
찰랑 소리를 냈다
누구의 기침 소리에도 꽃은
쉽게 부서져서
나무의 틈새가 자꾸 벌어진다
불타던 시간들이 그러하다
나무 아래에 두고 간 소리가
수북하여 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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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건우님의 댓글

절창입니다.
나무의 틈새를 자꾸 벌리는 바람과, 떨어지는 꽃과, 한잔 커피와, 오가는 사람들의 소란한 추억과 분주함을
마주보는 내 쓸쓸함이 버무려진 아중호수 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