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한 사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짬뽕 한 사발 / 정건우
옆집의 피 터지던 싸움이 끝나고
드잡이가 악바리 같던 여자의 팔자타령과
박살 난 문간방 방음벽이
진공청소기 비명 속으로 사라져 버린 사나흘 남짓,
먹다 남긴 짬뽕 한 사발이
현관 계단에 걸쳐진 채 벌거스름 하다
이슥히 취한 달을 무동 태우고 돌아온 오밤중
볼수록 병원 적출물 수거통 같은 저 아슬한 그릇
바로 전 공터에서 게웠던 내 배알이
언제 저 속에서 움실거렸나?
어쩌다가 내 창자가 뚝뚝 끊어져 나와
핏물 속에서 한데 섞였나?
따지고 보면 여기나 거기나 매한가진데,
오나 가나 나날이 터지고 박살 나는 채석장인데,
젓가락처럼 한 끼를 분질러 놓고
옆집 남자는 또 어디를 꿈꾸는 건가?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요즘 짭뽕 값도 비쌉니다
돈 있어야 중국요리도 사 먹습니다
없어면 천대 받습니다
우리모두 건강들 하시고 행복하소서
사랑합니다
우리는 시 마을 가족
하영순님의 댓글

예전엔 특이한 날만 짬뽕 먹어 보던 날
그립습니다
홍수희님의 댓글

ㅎㅎ짧은 단편처럼 감칠맛 납니다~시인님!
안국훈님의 댓글

짬뽕 한 그릇에도
애잔한 삶이 묻어나지 싶습니다
막상 8월을 보내고 나니
제법 선선해진 아침 공기 상쾌합니다
고운 9월 맞이하시길 빕니다~^^
정건우님의 댓글

관심 주신 여러 시인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