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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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나간다 / 정건우
안도현의 "사랑했나 봐"란 노래를
"사랑했나 부와","잊을 수 없나 부와"라고,
고성방가하며 오밤중에
백일 동 십일 층 아래를 누가 지나간다
갑자기 어이가 없어진다
주정꾼은 지금 오도송을 영송하고 있나?
우리 아파트가 언제 저리 야단법석 중이었나?
내버려두라는 듯 간간하게 비가 온다
창문을 열다 흠칫,
싸해져서 나는 잠시 굳는다
단지 내 삼백 가구의 즉발적인 몰입과
도발한 어둠의 일탈을 싸고도는 이 둔중한 연대
원주터미널 결별 뒤
사랑한다고, 잊을 수 없다고,
네가 보낸 침묵에 매달려 얼마나 비굴했던가?
반쯤 열린 창으로 얼굴을 내민다
비는 쉽게 안 그칠 기세다
축축한 고요도 몇 순배는 돌 것 같다
사라진 그이는 몇 동에 사나?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음주 고성방가 / 유리바다이종인
아파트 경로당 앞 벤치에 주야로 술이 출렁이고
술병이 절로 춤을 춘다
술은 한 사람이 마시는데 대여섯 사람이 모여들었다
술이 술을 불러들인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관리사무소에서도 나 몰라라 하는 걸
국민신문고에 때렸더니
폭염의 나무 그늘 가지를 아예 대머리로 싹 밀어버렸다
이제는 아무도 없다
몰라, 그 대머리 나무 다시 잎이 울창해지면
다시 릴리리야 리나노 벤치에 모여들지
아무나 보며 코털을 잡고 물고 늘어질지
늙어도 늙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