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따로 술 따로 > 시인의 향기

밥 따로 술 따로 / 유리바다이종인

길거리 소리 잠잠해지는 저녁이면 소주를 사들고 집에 왔다

콩나물이나 양배추 물김치 안주에 서너 잔 마시고 냉장고에 보관한다

혼자 마시는 술이 더 맛있다

아침밥 한 그릇이면 세끼 먹는 사람보다 세포가 더 섬세하게 돌아다녔다 

수십 년을 세끼밥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아침에 미네랄 천일염 소금을 타서 물한 컵 마시면 몸이 나에게 절을 했다

수십 년 된 체질이니 아무나 따라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3개월에 한 번 피검사를 받는다

간수치 콩팥 정상이고요 고지혈증 없습니다

매일 냉장고에 소주를 꺼내 마시는데요? 의사의 눈이 갑자기 커지고 있다

아침밥 한 끼만으로도 하루가 든든하고

혼자 마시는 술 몇 잔이면 세상 움직임을 두루 볼 수 있으니 

술도 모르고 인생도 모르고 늪지대에 숨어드는 물고기를 노을 속에

오랫동안 바라보며 돌아오곤 하였다 

밥 따로 술 따로 말은 잘도 하지만 제대로 따로 먹는 법을 나는 보지 못했다 

당신의 육신과 영혼은 건강하신가

그래도 방심하지 마라 

어느 날 아무도 몰래 너를 찾아오는 이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