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꽃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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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꽃물
- 박종영
장독대 옆 빈터에 심었던
봉선화가 누구네 여인처럼
꽃 씨방 봉봉 하게 아기를 뱄다
무덥고 긴 여름날 보채고 짓이기더니
초가을 선선한 바람 불자
만삭의 꽃 씨방 옥문을 연다.
토해내는 까만 알갱이
쏟아지는 씨앗들이 날아가면서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말이 가관이다.
"세상 구경은 지금부터다!
생명의 존귀함을 명심하라
눈치껏 누울 자리 골라 터를 잡아야 하느니라"
첫눈이 오기 전까지
봉선화 꽃물이 손톱 끝에 다다르면
첫사랑이 찾아올 거라 믿는
순이의 젖가슴이 높게 출렁이고,
나직한 산허리 후덥지근한 산골에 처박혀
사랑에 목맨 풀국새 울음이
산자락을 메우는데,
어느 시절에나 수줍음 타며
초승달이 되는 봉선화 꽃물.
댓글목록
유리바다이종인님의 댓글

※
어릴 적 누나 셋이 서로 웃으며 손톱에다 봉선화 꽃물을 얹고 오랫동안 입술로 후후 불어댔습니다
나는 국민학교 5학년생이었으나
누나들에게 물들어가는 손톱보다 얇은 옷사이로 자꾸 불룩해져가는 가슴이 이상하게도 신기했습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어린시절 봉선화 꽃물 들이던
생각이 납니다
자연의 만들어낸 물감
우리모두 봉선화 꽃잎처럼
예쁜 마음들이고
싶습니다
시마을 가족들은 마음들이 곱고 화려합니다
울리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