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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초대시인] 정공량 / 희망에게 외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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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92회 작성일 22-02-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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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량

1955년 전북 완주 출생,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1983월간문학으로 문단에 등단(시조), 1984시조문학시조 추천완료, 1986시와의식신인상 시 당선, 2012아동문학평론으로 동시 등단, 2017한국소설로 소설 등단, 시집우리들의 강7, 시조시집절망의 면적5, 동시집엄마 손잡고, 소설집나비의 춤, 시선집희망에게4, 시조선집꿈의 순례1, 시디롬시집그리움의 잎새는 푸르다, 문학평론집환상과 환멸의 간극5, 문학평론선집언어의 성취와 극복,내일을 위한 노래(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 현재 한국대표서정시100인선 특별기획팀장, 도서출판 시선사 · 언어의집 대표, 계간 문예종합지시선발행인(76호 발행) 및 편집주간.

 



희망에게 9

 

 

  정 공 량

 

 

 

아득함에 지쳐 노래 부르고 싶을 때

 

너를 만나리라

 

사랑하다 지쳐 쓰러져 울 때도

 

너를 만나리라

 

멀리서 그러나 더욱 가까운 곳에서

 

물리칠 수 없는 고통과 이웃할 때

 

내 설움을 비에 적시고 싶을 때

 

그때 너를 만나리라

 

만나서 네가 건네는 한 마디 말에

 

나는 다시 일어서서 내일로 달려가리라

 

지친 내 몸, 내 마음 세우며

 

바람처럼 흘러 흘러서 가리라

 

 

  

 

 

 

그리움

 

 

보고 싶다는 말은

내가 하지 못한 말인데

불어오는 저 바람이 지금 하는 말이다

 

만나고 싶다는 말은

내가 하지 못한 말인데

흐르는 저 강물이 술렁술렁 하는 말이다

 

말로는 다하지 못하는

마음으로만 숨기고 사는

지쳐 쓰러지지도 못하는

오늘을 이루는 말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구름과 햇볕 사이에서

아직도 서러움은  

차마 비가 되지 못한 말이다

 

 

  

 

 

 

 

 

 

 

 

모든 삶이 나에게

 

 

 

 

모든 삶이 나에게 띄운다

 

가벼워지라고

 

가벼워져 다시 무거워지지 말라고

 

모든 삶을 강물에 풀어

 

어디로든 흘러가라고

 

기억 속에 묶어놓은 세월이여

 

기억 속에 꽃 피는 세월이여

 

그대가 지금 어디 서 있는가

 

그대가 서 있어

 

내 삶은 다시 무거워지는가

 

아득하게 바라보며

 

다시 바라보지 않으리라는 맹세

 

지금 저 강물에 흘려보낸다

 

지금 저 하늘에 띄워보낸다

 

모든 삶이 나에게 띄운다

 

가벼워지라고

 

가벼워져 다시 무거워지지 말라고

 

모든 삶을 강물에 풀어

 

어디로든 흘러가라고

 

 

 

 

 

 

 

 

 

 

 

 

 

 

 

기다림

 

 

 

 

 

 

 

 

 

눈이 다 녹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자

 

눈사람이 옷을 다 벗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자

 

 

 

봄이 와서 새가 울고 꽃이 피고

 

피던 꽃이 지고 장맛비가

 

지겨울 때까지도 기다리기로 하자

 

 

 

시간은 녹이 슬고 녹슨 칼을

 

쓸 수도 없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기로 하자

 

 

 

한숨에 해가 또 지고 밝은 달이 떠오르고

 

한숨이 끊길 때까지

 

새벽닭이 울 때까지

 

노래하고 춤을 추고 기다리기로 하자

 

시간이 썩어 문드러지는 막막한 순간까지

 

 

 

 

  

 

 

 

 

 

 

 

 

 

 

 

희망

 

 

 

 

  

 

 

내 꿈은 가랑비에 옷을 흠뻑 적시며

 

포장되지 않은 시골길을 걷고 싶은 일

 

 

 

비는 종일 올듯하다가 이내 해가 뜨고

 

누가 쳐다보지 않아도, 누가 오지 않아도

 

길가의 나뭇잎들 친구 되어 박수치는 소리

 

 

 

내 꿈은 안개 자욱한 포구에서 조용히 살며

 

뱃고동 슬픈 소리 청승맞게 듣는 일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까까머리 학생시절 세상물정 내 미처 모를 때

 

어머니 조용하게 어린 내게 소원처럼 들려주던 말

 

 

 

 

 

 

 

 

 

 

 

 

 

 

 

길을 가다 서 있는 나무에게

 

 

 

 

길을 가다 서 있는 나무에게 묻는다

 

길의 상처를 달래주는 몇 그루

 

나무에게 묻는다

 

상처는 달고, 달기 전에 쓰고

 

쓰기 전에 매웁다고

 

모든 그리움은 쉽게 그러나 더욱 아쉽게

 

끝나고 마는 세월 속의 이야기라고

 

길을 가다 서 있는 나무에게 묻는다

 

내 상처, 내 마음의 흔적을

 

아직 빛나는 어느 날의 기억을,

 

지울 수 없어 세월에게 묻는다

 

길은 길며 내일은 멀고

 

오늘은 짧으며

 

나를, 세월은 기다리지 않는다고

 

 

 

 

 

 

 

멈추지 말라고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길은 어디까지 펼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길은 그 어디까지 우리를 부르는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내일이 있기에 여기 서서

 

다시 오는 내일을 기다려 봅니다

 

누가 밀어내는 바람일까

 

흐느끼듯 이 순간을 돌아가지만

 

다시 텅 빈 오늘의 시간이

 

우리 앞에 남겨집니다

 

내일은 오늘이 남긴 슬픔이 아닙니다

 

내일은 다시 꽃 피우라는 말씀입니다

 

내일은 모든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먼 길입니다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는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내일은    




깨닫지 못한 시간은 항상 내게는 한가롭네

거친 시간의 맥박 내 눈앞에는 보이지 않네

어젯밤 꿈속에서, 몰아치는 풍랑 속에서

나는 다시 그저 눈만 크게 뜨고 있다네

 

햇빛은 그늘에 숨어 모두들 향기를 즐기네

그늘의 거친 향기와 내일의 막연한 침투

세월이 재촉하는 걸 나는 아직 모르고 살지만

내게도 철없던 시절은 항시 바쁘게만 지나간다네

숨 한 번 크게 쉴 생각도 겨를도 없이

 

내게 저미어 둔 시간은 아직 향기롭다네

밝은 미소 아니더라도 결국 내가 만들어갈

내 얼굴은 항시 내 속에 숨어서 살고 있다네

내 행복과 내 불행은 미리미리 준비되어 있다네

 

내 곁으로 다가왔다 가버리는 오늘 저 쓸쓸한 물결

허허로운 벌판에서 조용히 나 혼자 남겨질 때도

나는 다시 즐거운 노래를 불러야지

슬픔에도 오늘은 있고, 슬픔에도 내일은 있다고

내일은 결국 내가 만드는 내 일이라고

 

 

 

 

 

 

누군가 희망을 저 별빛에

 

 

 

 

누군가 희망을 저 별빛에 걸고 있다

 

시간을 데리고 내일로 가는

 

내일을 데리고 희망으로 가는

 

저 별빛은 밤을 새워 빛나고

 

내일 밤에도 다시 빛날까

 

그리움으로 하여

 

견디지 못할 시간은 없는가

 

무수한 날들 위에 져 버리는

 

져서 묵묵히 사라지는 것들이

 

하나씩 목소리를 높이다 다시 사라진다

 

차겁고 매서운 오늘을

 

아직 건너기도 전에

 

내일은 얼마나 더 내 영혼을 부수는 일인가

 

누군가 오늘도 희망을 저 별빛에 걸고 있다

 

오늘이 부서져 내일이 이룩되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환상을 지우지는 못하고

 

그리움과 기다림, 그런 깨달음에 익숙한 바람이 된다

 

누군가 희망을 저 별빛에 건다면

 

저 별빛 타 버린 설움도 함께 빛날까

 

 

 

 

 

 

  

마음 비우기


길을 가다 시원한 바람결에 이마의 땀을 식히듯

나는 가끔씩 내 마음속의 쓰레기통은 비우고 싶다

소식을 기다리다 기쁘게 편지를 받듯

마음속의 쓰레기통은 가끔씩 비우며 살고 싶다


살다보면 때로는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마음속의 쓰레기들은 귀찮은 밤손님과도 같다

잠시잠깐의 시간이면 수북이 쌓여오는 날마다의 쓰레기들

이제 얼마쯤은 비우고 살자 하고 나는 가끔씩 다짐을 한다

 

버리지 않으면 버리지 못할 변명은

변명대로 날마다 늘어만 간다

그러나 쓰레기를 버리듯
가슴에 불편하게 채워진 것들을 비워 버리고 나면 

한동안은 비워진 쓰레기통처럼 속이 시원하기만하다

 

나는 오늘도 가슴 가득 차오른 불편한 것들은

속이 시원하게 비우고 싶다

비워도 가슴에 가득 차는 것은

마음속의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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