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김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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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 - 김영채
당신의 편지를 받고 바다에 갔습니다
태양이 하루의 반을 지나고 있었어요
흔들리던 것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기울어진 바딧가에 늘어진 시간만 있을 뿐
바다는 눅눅하고 썰렁해요
꽃과 후회만 뒹굴고요
당신은 민달팽이처럼 물컹거리고 제멋대로여서
닿지 않아도 나는 움츠리게 되죠
저 바다도 한때는 깊은 숲이었을 거예요
드러누운 파도를 세우는 일과
달의 등에서 돋는 별을 만지는 일은 몽상입니다
흘러내린 시간은 쓸모가 없어요
발을 헛디딜 수 있어 긴장해야 하죠
이럴 때는 잠이 최고죠
모래사장에 침대를 들여요
잠들기에는 별똥별이 적을수록 좋죠
해변의 여명은 날것입니다
발아래 양탄자를 깔아요
당신은 파랗기만 할까요
그리도 편안했던 낮은 바닥은 당신에게 있고
나는 당신의 원시를 향해 걸어요
한때 숲이었던 구름이 요람을 흔들고
한 잎 나뭇잎에 가려진 당신
읆조리는 파도의 입술로 내 가장 무거운 것을 벗어요
깃털 하나 남지 않아요
(시감상)
몽상, 꿈속의 생각,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 또는 그런 생각이라고 국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시인에게 몽상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시인만의 시선으로 시인만의 얼기미로 걸러낸 최초의 유일한 발상이며 달의 등에서 돋은 별을 만지는 일일 것이다. 빨랫줄에 등을 기댄 빨래처럼 물방울이 햇살처럼 산란하는 오후, 젖은 몸이 빛의 프리즘을 통과하면 뽀송뽀송한 촉감으로 시인의 시선으로 원시를 향해 걸어가고 싶다. 바다를 건너 요람이 춤추는 흔들리는 것들을 찾아 떠다니는 풀잎이 되어 바람의 물결이 출렁이는 숲 속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시인프로필)
2001년 계간 《수필춘추》로 수필 등단. 수필집 『앓다』. 공저 『때로는 바람이고 싶다』 『아름다운 광기』 . 2025년 계간 《문예바다》로 시 등단.
—계간 《문예바다》 202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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