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24 /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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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24 / 서안나
당신이 가장 아름다울 때 / 달이 뜬다, 애월에선
물이 깊어 떠난 마음을 잡아당길 수도 있겠다
밥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죽어가는 개의 눈빛 / 덜 마른 빨래
해변을 걸으면 누군가 두고 간 / 사랑이 식은 발자국들
달 속에 발자국이 찍혀 있다
불빛 몇 개 거느려 / 들개처럼 휘돌아다니리
새벽 비가 / 파도에 쓸려 온 물고기 뼈를
조금씩 부수고 있다 / 찬술 석 잔에 소년들은
지혜로운 노인으로 늙어간다
손녀들아 빨리 자라지 않아도 좋가
감은 눈을 다시 감으면 / 나와 너를 겹치면
서로 병든 얼굴을 꺼내는 / 포란의 계절이었다
꿈에서 흰 뼈조각 같은 / 어린아이의 썩은 이빨을 보았다
헌 것은 가고 새것은 돌아오라
상승할망 어른이 살오를 꽃을 들고 / 내 어깨를 세 번 내리 쳤다
각(覺)이었다
* 얼핏,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 가 현대판으로 떠오른다
'구름에 달가듯 가는 나그네 / 길은 멀어도 남도 삼 백리'
마치, 달빛 속 인생의 긴 역경 이미지가 全面에 녹아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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