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정거장/ 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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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510」
사람 정거장/ 진혜진
새벽 종소리로 물든 몸의 정거장에서 한 사람의 여름이 사라지고 있다
한 올만 툭 잡아당겨도
스르르 흩어져 버리는 환幻일지라도
더 이상 비뚤어지는 계절이 없을 때까지 서로의 목적지가 될 때까지 모든 결말을 끌어안았지만 푸르스름한 빛 속으로
사라지고
한 사람이 두고 간 시간이 그림자로 남아
지나가는 모든 발자국을 견딘다
어깨너머의 꿈은 당신 밖으로 나오지 않은 연민이거나
멈추지 않고 지나간 연인의 이름이거나
의문이 많은 내일의 그림자
누구의 혀가 새벽의 체온을 더듬었을까
싱싱한 죄목들이 토해진 거리마다
팔딱거리는 그늘들
쓸만한 게 없어
함부로 던지는 눈빛을 밟고도
몰리는 무관심
사라지기 전 무엇을 하였는지
버려진 이름이 몇 개였는지
지켜봄이 사라질 때까지 당신을 통과해야 하는 것을
누구도 모른다
(시감상)
정거장은 누군가에게는 종점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잠시 머무는 것이기도 하고 그것으로 끝내 멈추고 마는 삶의 지표이기도 하다. 모든 의식이 그렇다. ‘잠시’일 수도 있고 ‘종결’ 일 수도 있는 일이다. 시인의 말처럼 환幻일지도 모른다. 때론 나는 정거장일 수도 있으며, 정거장을 거쳐가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것은 내 의식의 발현 지점이 모든 ‘나’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통과하고 통과시켜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정거장 하나 우두망찰하게 서 있는 이곳.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진혜진프로필)
도서출판 상상인 대표, 경남신문,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집 (포도에서 만납시다) 시산맥 작품상 외 다수 수상
진혜진 시인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평론가님이 올려주시는 시 잘 감상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는 넘 좋네요.
깊은 밤 행복하세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