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야? =차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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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야?
=차호지
묻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안쪽에 있었고 그 사람은 바깥에 있었다. 나에게 물어보는 것은 아니었다. 바깥에 오토바이 지나가고 자전거 차임벨 울렸다. 나는 안쪽에 있었고 도로는 바깥에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 들렸으나 나는 안쪽에 있었고 바깥의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어디서 찬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히터의 세기를 올렸다. 소리가 아까보다 더 크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것들이 아까보다 더 안쪽으로 지나가고 있기 때문일 거였다. 나는 안쪽에서 따뜻한 히터 바람을 맞으며 어디선가 불어오는 찬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생각하였다. 자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야? 묻는 소리가 또 들렸다. 나는 안쪽에 있었다. 그 사람은 바깥에 있었다. 너는 어디야? 나는 목소리를 내보았다. 답은 없었다. 나는 닫혀 있는 문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문은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가까이 가자 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거기서 찬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문을 다시 완전히 닫았다. 닫았다가 열었다가 해보았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5 차호지 시집 시작법 108p
얼띤感想文
옷 벗고 있어도 여기는 사무라이 누가 보는 이 없어도 거저 웃는 얼굴과 웃는 얼굴끼리 마주 보며 줄넘기 한다 퉁퉁퉁퉁 덜렁거린다 오른쪽으로 돌다가 다시 왼쪽으로 돈다 잠시 멈춘다 선풍기 바람 쐬며 선풍기 소음을 듣는다 저건 그냥 선풍기잖아 검은 테이블 위에는 검은 드라이브 손이 닿지 않은 병따개 그냥 병 채 들고 이빨로 따다가 덜커덜커 마신다 다시 줄넘기한다
답답한 마음은 뛰면서 허공에다가 풀고 허공은 너른 가슴에 주먹을 먹고 웃음 띤 입술엔 꾹 다문 눈살을 끼고 퉁퉁퉁퉁 줄넘기한다
거기 어디야? 충무로
나는 거울 앞에 서 있다 역시 씽긋이 웃어 본다 뛴다 뛰면서 더욱 앞으로 다가가 선다 짤막짤막한 흰 수염 다시 뒤돌아 걸으며 뒤를 본다 어디서 본듯한 엉덩이 그리고 전등알, 무엇을 비추며 살았을까 참 오랫동안 묻혀 다만 노을만 편다 편 노을을 넘고 노을은 쥐락펴락한다 허상과 진상 허상과 진상 악수와 호수 호수와 적수 다시 허상과 진상 날아드는 주먹에 날아가는 먹물
흥건한 자국에 핏빛 눈알
거미줄 칭칭 감은 드라이브 들고 허공을 잠갔다가 풀다가 잃어버린 눈알 바닥에 뒹굴고 무심코 지나다가 뒤꿈치에 박혔다가 눈 핑핑 돌고 얘 어디서 푼 거야 휙 던져 넣는 휴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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