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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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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秀巖圖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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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91회 작성일 24-08-15 20:49

본문

秀巖圖

=윤의섭

 

 

    꽤 오래된 화첩이다

    여우난골에서 웅숭깊은 동구숲을 지나 방아고개에 이르는 화폭

    서쪽에선 또 해륙풍이 불었고 무서운 얘기 듣다 까무룩 선잠 들면

    새끼줄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곤 했다 그러다 말짱한 날이면 죽은 줄 알았던

    어부들이 돌아오고 옆집 누나에게선 꽃내음이 났다

    수암봉 깊은 골을 타고 안개가 흐른다

    혹은 산에 산다는 짐승 입김일지도 모르나

    칠 년마다 바쳤다는 처녀 제물 덕인지 모습을 드러낸 적 없다

 

    어딘가에 떠다닌다고 전해지지

    아직 이 마을은 발견되지 않았다

 

    집들이 철거되면서 북쪽은 죄다 허물었다

    언젠가는 끝내 냄새 그윽하던 珍味閣이 헐리면서 우는 소리를 냈다

    며칠 안 보이던 화교 주인은 다락에 파묻혔고

    그 집 딸 검은 자장면 같이 서 있었다

    중국은 아주 넓다지.........흩날리는 진미각

    흙먼지를 타고 황사처럼 왔다 황사처럼 고향에

    다시 세워지겠지 마을을 벗어나면 곧 마음인걸

 

    문명 그리다 만 바람이 미루나무에 걸렸을 것이다 추억 역시 못다 새겼다 지워진 시절도 있으며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덧칠하는 망각이 있을 뿐이다 새벽이면 뻐꾹새 소리 찌르레기 소리부터 차오르고 햇살이 수채처럼 번지고 없던 사람들이 길가에 서성이고 떠도는 긴 영혼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꽤 오래된 화첩이다 옥탑에서 내다보면 문득 인공위성이 찍은 어느 혹성의 마른 바다가 찰랑거린다 이제 마악 생겨난 별이란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07 윤의섭 시집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58-59p

 

 

   얼띤感想文

    시제 秀巖圖수암도는 수려한 바윗돌 하나 그린 그림 여기서 말하는 화폭이다. 시를 제유한다.

    꽤 오래된 화첩이다, 꽤 오래된 시 하나를 보았거나 썼거나 하는 은유다. 여우난골에서 웅숭깊은 동구 숲을 지나 방아고개에 이르는 화폭, 여우난골이라는 시어를 보면 골이 들어가 있고 여우라는 것에 동물적 심성과 오른쪽 세계관을 떠올릴 수도 있다. 난은 역시 어렵거나어지러운그 무엇이다. 방아는 곡식 따위를 찧는 도구다. 여기서는 시 문장을 짓는 하나의 묘사다. 시는 한 줄 그냥 썩 짓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생각을 오가며 다른 차원에서 보아야 할 일이기에 한 고개 넘어가는 것도 맞다. 동구 숲은 다음 나올 시어 서쪽과 해륙풍과는 대조적이다. 혁명은 항상 동북 방향에서 일었다.

    서쪽에선 또 해륙풍이 불었고 무서운 얘기 듣다 까무룩 선잠 들면, 서쪽은 죽음이 머문 방향이며 해륙풍이면 해안 지방에서 바다와 육지의 기온 교차 때문에 낮과 밤에 방향이 바뀌어 부는 바람으로 이 역시 죽음을 부르는 행위적 묘사다. 까무룩 선잠 든다. 잠깐 죽음을 맛보긴 했으나 글로 옮겨놓기까지는 골목을 좀 더 거닐어야겠다.

    새끼줄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곤 했다 그러다 말짱한 날이면 죽은 줄 알았던 어부들이 돌아오고 옆집 누나에게선 꽃내음이 났다, 장대비는 긴 문장을 은유한 것으로 차안과 피안을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며 어부는 문장을 낚는 시 주체를 상징한다. 옆집 누나는 자며 꽃내음이란 완벽성에 대한 흠모다.

    수암봉 깊은 골을 타고 안개가 흐른다. 수암봉은 시를 제유한다. 깊은 골은 골목 어느 길가를 묘사한 것이며 안개는 뭔가 뿌옇게 뜬 현상으로 무언가 얼 비친 것을 묘사한다. 안개라는 말도 참 재밌는 시어다. +

    혹은 산에 산다는 짐승 입김일지도 모르나 칠 년마다 비쳤다는 처녀 제물 덕인지 모습을 드러낸 적 없다, 산은 하나의 거장을 상징하며 짐승은 거장의 시를 읽고 움직인 마음을 상징한다. 칠 년이라 하면, 세월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물감에서 오는 그 칠이며 년은 밟거나 비틀거나 때 묻은 것을 뜻한 년이겠다. 처녀는 역시 자며 모습을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었다.

    어딘가에 떠다닌다고 전해지지, 아직 이 마을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음 어딘가 참한 시어가 헤엄쳐 다니겠지만 아직 낚지 못했고 마을은 자들의 모임이니 발견되지 않은 건 분명하다.

    집들이 철거되면서 북쪽은 죄다 허물었다. 지금껏 쓴 것은 죄다 버렸고 북쪽은 그러니까 마음은 깨끗이 비운 셈이다. 허물었다고 했으니까,

    언젠가는 끝내 냄새 그윽하던 珍味閣진미각이 헐리면서 우는 소리를 냈다. 진미각 역시 집이다. 맛깔스럽게 쓴 문장일 것이다. 그것을 헐어버렸으니까 마음 꽤 아팠겠다.

    며칠 안 보이던 화교 주인은 다락에 파묻혔고 그 집 딸 검은 자장면같이 서 있었다. 화교는 시를 엮기 위한 마음의 교량을 상징한다. 현실과 시상에서 오가는 다리 역할이다. 다락에 파묻혔다는 건 서랍 같은 곳에 묻었다는 얘기다. 그 집 딸 역시 자며 자장면 스스로 비빈 이다.

    중국은 아주 넓다지, 흩날리는 진미각 흙먼지를 타고 황사처럼 왔다 황사처럼 고향에 다시 세워지겠지. 중국은 마음 한가운데를 말한다. 중국에 관한 얘기를 더 쓰고 싶지만, 얘까지 줄인다. 진미각은 시집을 통틀어 상징했다면 흙먼지는 세세한 티끌까지 보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묻어 있으며 황사는 죽음을 상징한다. 누른빛의 모래는 완벽한 세계 즉 문장이다. 마을을 벗어나면 곧 마음인걸, 즉 고향이자 고장인 바다겠다.

    미루나무, 미루다 제한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바람을 누르고 추억 역시 못다 새겼다. 여기다가 덧칠하는 망각까지 있었고 새벽, 새로운 벽을 대할 때면 새소리 틈새가 또 발견되고 거기서 차오르는 것이 있었다면 햇살이 수채처럼 번져 마음은 다시 피었다가 사람들이 길가에 서성이고 자들은 죽 서 있고 긴 영혼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마음은 갈 곳 없이 또 바라보고 옥탑, 이는 구슬로 꿴 돌덩이로 보면 완벽한 문장을 상징한 것이고 거기서 내려다보면 어느 혹성의 마른 바다가 찰랑거린다. 별은 별인데 다 말라 비튼 문장이 드디어 만든 셈이다

    이제 마악 생겨난 별이란다. 시 하나 쓰기 어렵다는 듯 내 짓는 함성을 우리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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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많이 좋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시인님~~
창방에서도 뵙고 싶습니다    그 좋은 시들 다 어디 숨겨두셨나요?
더위에 건강하세요  반갑습니다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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