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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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
=허 연
영혼 같은 흰 언덕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어떤 섬에서는 죽은 이들을 돌 속에 가둔다는 데
눈을 떠보니 북해北海였다
이별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두고 온 건 모두 얼어버렸고
나는 백야의 노래를 부르다 울어버렸다
저주했던 것들을 그리워하는 이 취향
백조 한 마리가 날아와
풍향계 속으로 들어갔다
늙지 않았으면 백조가 아니지........
바람은
마을 전부를 바다로 데리고 갔다
날짜변경선 너머로
어린 눈들이 몰려들고
구름을 가르고
복엽기가 지나갔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42 허 연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50-51p
얼띤感想文
우리의 얼굴은 어떤 얼을 담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저 북해를 바라보며 저녁을 보내고 있다. 마치 북해가 또 하나의 북해를 바라보듯이 그러나 북해에 미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근방에 있기조차 어려운 이가 북해를 그리고 있으니까! 꽤 불편하겠다는 마음도 든다. 북해는 지면에서 위를 가리킨다. 그곳은 지구며 백조가 날고 흰 언덕이 있다. 무언가 닿지 않을 듯 무언가 뚝 떨어져 있는 거처럼 혼자 온 파도를 다 덮어쓴 거처럼 있다. 얼마나 많은 돌을 입에 물고 있는 걸까? 오늘도 섬에 큰 바위 얼굴에 앉아 불어오는 저 바닷바람에 거저 웃으며 있으니까! 북해는 너른 공간에 있다. 각종 뒷모습이 자욱한 갈대숲을 뒤로하고 이젤에 놓인 섬 하나 놓고 무엇을 그렸는지 다 뭉그러뜨린 붓만이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보이지도 않는 마을을 보고 있다. 곧 비라도 내릴 듯한 구름 낀 날씨, 장마전선이 오려나 눈꽃은 한결 푸근하기만 하다.
여기서 시어 하나만 집고 가자. 복엽기複葉機, 동체의 아래위로 두 개의 앞날개가 있는 비행기다. 쌍이다. 똑같다. 여기가 사바세계면 여러 군상과 군상을 넘어 불국토를 그리듯이 그 속 완벽한 돌, 석가가 있다면 이에 못지않은 다보가 있다. 마을 전부(군상이자 자들의 모임이겠다.)가 복엽기처럼 완성의 미를 추구한다면 이 사바세계는 더한 고통은 없지 않을까! 우환은 우환이 아닌 것처럼, 시인은 북해를 통해 날짜가 바뀌지 않는 어떤 동경의 세계 다시 말하면 영원한 세계에 대한 염원을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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