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적힌 내력(來歷) =강 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물에 적힌 내력(來歷) =강 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5회 작성일 24-08-17 21:53

본문

물에 적힌 내력(來歷)

=강 정

 

 

    콘크리트 복도에 흙 한 줌 소복 쌓여 있었다

    손아귀에 쥐었더니 물이 흥건하고 그 위에 집 한 채 벌컥 솟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건지

    바깥으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물 위를 건들건들 춤추는 집안에서

    늙은 걸인 둘 아귀처럼 밥을 먹고 있었다

 

    슬프고 흉측한 몰골이었다

    집이 흔들리는 파동 그대로 음악소리 번졌다

 

    무섭고 고요한 울음이었다

 

    누군가 커다란 비닐 가방 안에 걸인들을 욱여넣었다

    눈물이 온몸을 삼켜 가방이 볼록해졌다

 

    거꾸로 쏟아낸 가방 안에 해골 두 개와

    검은 북채 두 개 있었다

 

    땅을 두드리자 비가 내렸다

 

    바깥으로 나온 건지

    안으로 들어간 건지 알 수 없었다

 

    선득 마주본 엘리베이터 거울 속,

    웬 아이가 하얗게 웃고 있었다

 

    자정이었다

 

    나는 복도를 크게 휘돌아 집에 돌아왔다

    커다란 두꺼비가 빗소리에 맞춰 울고 있었다

 

    허기에 몰려 밥솥을 열었더니 흙이 가득 담겨 있었다

    등 뒤에 나보다 더 어린 내 할머니가 북을 치며 울고 있었다

 

 

   문학동네시인선 211 강 정 시집 웃어라 용! 020-021p

 

 

   얼띤感想文

    시제에서 논한 물은 하나의 진리를 상징한다. 물에 적힌 내력(來歷)이란 시의 순환론 즉 시가 밟아 내려온 하나의 역사를 얘기한다. 그러면 문장 하나하나를 보며 시어가 무엇을 얘기하며 무엇을 상징했는지 보자. 시어 중심으로 풀어보겠다.

    콘크리트 복도, 콘크리트는 회색빛 바닥이다. 그 성질은 견고하고 딱딱하다. 시의 고체성을 대변한다. 그러니까 시집이나 이미 인쇄된 시를 상징한다. 복도는 복도伏禱로 엎드려 기도함을 뜻하지만, 복도처럼 오고 가는 것까지 소통을 은유한다. , 모래로 비유하기도 하지만 자들의 모임을 상징한다. 손아귀, 세력이 미치는 범위다. 그것을 꽉 쥐었다는 말은 뭔지 모르지만, 인식이며 물 그러니까 그 속에서 어떤 진리를 캐낸 것을 묘사한다.

    안으로 들어가는 건지, 바깥으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읽고 만 것인지 읽고 또 새로운 변이나 혁명은 없었는지 시측 대변은 알 수가 없다.

    늙은 걸인 둘, 걸인은 남에게 빌어먹고 사는 사람 또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 그 둘이다. 물론 시 인식과 부지를 통한 늙은, 죽음을 앞둔 것까지 생각하면 뒤에 나오는 해골과 북채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아귀, 탐욕을 상징한다. 밥은 구체를 상징한다.

    슬프고 흉측한 몰골이었다. 집이 흔들리는 파동 그대로 음악 소리 번졌다. 아직은 미숙한 문장을 묘사한다. 그대로 내거나 다룬다면 누굴 죽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먼저 죽음을 맛보겠다. 그러므로 집 온통 흔들리는 어떤 파동으로까지 묘사한다. 그것은 무섭고 고요한 울음이었다. 아직은 아니다. 시집을 내기에는 그러니까 내면의 숙성 과정에 대한 묘사를 울음으로 대신하게 한 것이다.

    누군가 커다란 비닐 가방 안에 걸인들을 욱여넣었다. 비닐 가방, 무언가 내면이 다 비는 방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 해체에 따른 어떤 까발림에 대한 묘사다. 시적 대변은 눈물이 온몸을 삼키는 일이지만 그 가방은 각종 분해된 시체에 볼록하기만 하다.

    거꾸로 쏟아 낸 가방 안에 해골 두 개와 검은 복채 두 개 있었다. 거꾸로, 시의 역전이자 전환이다. 해골은 탈피라고 하면 어떨까? 문장의 완벽성을 상징한다. 검은 북채, 검정을 상징하는 말로 인식과 부지 혹은 상징과 각종 은유를 논하는 잣대겠다.

    땅을 두드리자 비가 내렸다. 땅은 지면을 상징하며 비는 내면과의 소통을 상징한다. 무언가 써 내려간 행위적 묘사다.

    바깥으로 나온 건지 안으로 들어간 건지 알 수 없었다. 시의 순환이자 진화를 논하는 장이며 수미상관식으로 쓴 장면이다. 엘리베이터, 계단보다는 좀 빠른 느낌을 준다. 수직 강하, 그만큼 속도와 회전력을 가미한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웬 아이, 자를 상징한다. 자정, 가지런한 자를 이룬다.

    두꺼비, 양서류의 일종 얼룩무늬도 있고 검정도 있다. 어두운 갈색도 있으며 황색도 있다. 흰색의 독액을 분비한다. 여기서는 그 두께까지 상징한다. 밥솥, 구체의 모임 즉 진실과 경전과 같은 알곡을 담은 그러나 밥알은커녕 모래와 같은 흙으로 이루었다. 그런 경전에도 못 미친 어떤 글을 잡고 읽고 있는 또 하나의 시객(할머니)이 있었다.

    시인께서 흙이라 표현한 것은 실지 읽을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 시라는 어떤 회의성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의 문학으로 보면 진정한 가치는 세모가 된 지 오래되었다. 모든 시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하나의 펀(fun)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표현이겠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04건 10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4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8-27
44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8-26
44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8-26
44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8-26
44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8-26
44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8-26
44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08-25
44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8-24
44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24
44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08-24
44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23
444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 08-23
44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8-23
44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8-23
44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8-23
44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8-22
44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8-22
44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8-22
44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8-21
44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8-21
44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8-21
44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8-20
44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8-20
44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8-20
44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8-20
44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08-19
44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8-19
44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8-19
44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8-19
44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8-18
44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8-18
44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8-18
44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8-18
44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8-18
44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8-18
44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8-17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8-17
44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08-17
44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8-17
44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8-17
44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8-17
44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0 08-16
44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8-16
4411
김포/김재석 댓글+ 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8-16
44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8-16
44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8-16
44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8-16
4407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8-16
44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08-15
44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8-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