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숫자 1에서 0까지 그 수가 가지는 시적 의미에 문장을 부여한 시다. 1은 고딕이며 빳빳하다. 무언가 공격적일 것만 같고 창처럼 찌를 것만 같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내부로 혹은 내부에서 외부로 통하는 어떤 창까지 갈망한다. 그러므로 거리는 자들로 온통 붐비는 것도 맞다. 그 표현을 마치 일어나기라도 하듯 스멀스멀이라고 표현했다. 2가 득실거리다. 숫자 이는 둘, 시 주체와 객체와의 만남 그것이 어떤 만남인지는 모른다. 인식이든 혹은 거기서 실패한 부지가 되든 무언가 소통하려는 열망이 보이고 그 소통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우리는 아직 모른다. 다만 득실거릴 뿐이다. 3이 날개를 펴고 빌딩 상공에서 습격하다. 우리 민족은 3을 지향했으며 3이 완벽한 수라 여겼다. 우리의 시작을 알리는 단군신화에서부터 까치와 까마귀 삼족오를 거쳐 삼신할머니로 미래를 보고자 했다. 날개를 펴고 수직 낙하는 완벽한 죽음을 내포한다. 4는 1이 권태롭다. 4는 피안이다. 죽음이 모여 있는 곳이다. 거기서 1을 보면 권태롭기 짝이 없겠다. 넌 아직 멀었어, 5를 향해 발사한 탄환이 나의 심장으로 귀환하다. 오는 自我 吾다. 또한 오는 오지奧地다. 가장 먼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까지의 거리다. 6이 마네킹과 권총으로 수음하다. 육은 육체로 살아 숨 쉬는 고깃덩어리다. 동물적 심성만 갖는다. 그러므로 항시 허상인 마네킹과 권총으로 언제 죽을지 자위만 한다. 7이 낫이 되어 백주의 광장을 질주하고, 화백 박서보 선생께서 죽기 한 달 전 이런 말씀을 하셨다. ‘100세만 살았어도’ 왜요? 일해야 하니까. 속을 비우고 비워내도 또 찬다. 무작정 비워내기만 하셨다. 칠, 붓질이다. 사람이 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그 일은 또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일에 희망적일 순 없다. 희망을 저버린 곳에 삶이 없듯이 일찍 밑줄 긋고 가는 이도 있다. 오죽하면 밑줄을 그을까! 8이 쓰러져 환멸의 무한을 가리킨다. 8은 八 여러 방향을 상징한다. 무궁무진하다. 어디로 뻗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씨앗 하나는 수많은 종교인을 낳기도 한다. 고흐가 떠난 네덜란드 모 도시는 고흐가 하나의 종교가 되었다. 모작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각종 관광상품으로 삶의 맥을 잇는 사람이 적잖이 많다. 살아생전 가난으로 허덕이다가 권총으로 삶을 마감하기까지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던 삶이었다. 그는 주 예수처럼 전 세계의 한 지구를 이루었다. 9가 하늘에서 갈고리처럼 내려와 아이들을 낚아채자. 구 또한 완벽한 수의 개념이자 구체를 이룬다. 아이는 자를 상징한다. 0이 눈동자 없이 천지를 떠돌다. 무에서 무의 세계로 전이한 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점에서 점으로 간 점심 한 끼였다. 자들의 모임 도시에서는 무서운 속도만이 있고 배가의 원리는 꽃처럼 터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