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의 본 생담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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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의 본 생담
=조용미
저 작약의 본을 짐작해볼까
내 앞의 작약은 한때 귀신이었다가 한때 기린이었다가 한때 흰뺨검둥오리였다가 한때 벚나무모시나방이었다가 한때 거미게였다가
어쩌면 나였던 누구였다가, 단공도 부단공도 모르는 크게 깨우친 자였다가, 공재고택의 향나무였다가
이번 생에 모든 것을 다 이루어 이 고리를 끊으려 했던 그저 사람이라는 이름을 얻은 고독한 자였다가
마침내 확연히 명백한 작약이 되었다 내 앞의 작약이 되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2 조용미 시집 초록의 어두운 부분 35p
얼띤感想文
시의 문맥상 작약은 작약雀躍으로 본다. 참새 작雀 자와 뛸 약躍 자로 말이다. 얼핏 생각하면 작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보인다. 물론 이것으로 보아도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저 하나의 대명사처럼 썼기 때문이다. 본이란 영어로 말하면 모델이겠고 그대로 본다면 하나의 밑천 따위의 따를 만한 그 무엇이겠다. 그러니까 거울이 있다면 저쪽 얼굴은 무엇을 보고 그렸을까 하며 반문하는 것과 같다. 하나의 자화상이다. 다음 행은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귀신과 기린 그리고 흰뺨검둥오리와 벚나무모시나방 그리고 거미게였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신적인 혼까지 가미한다. 범주가 꽤 넓은 편이다. 혼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귀신을 목이 긴 것에 대한 기린이었다면 얼룩무늬 흰 뺨에 검정이 바탕이 된 나와는 좀 다른 그런 오리라면 친구처럼 닿는 벗의 벚나무 씨를 깍듯이 모시며 我의 방을 이룰 것 같고 얼기설기 옆으로만 기어갈 것만 같은 게까지 묘사한다. 단공但空*은 소승 불교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법을 분석하여, 오직 공(空)하다고만 주장하고 유(有)의 측면을 생각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며 부단공不但空*은 유(有)를 인정하지 않는 공(空)도 역시 공하다는 절대부정의 공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상이다. 실체가 있는 것 같아도 뜯어 보면 실체는 없고 재료만 있듯이 재료 또한 그 근본은 점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다 허상임을 강조한 것이다. 공재恭齋는 윤두서의 호다. 그러나 공재共在는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공재고택의 향나무, 그만큼 푼 것이 된다. 시제가 本 生譚이니 하나의 살풀이거나 일대기거나 향은 퍼져 나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번 생에 모든 것을 다 이루어 이 고리를 끊으려 했던 그저 사람이라는 이름을 얻은 고독한 자 문자였다. 내 앞의 작약은 그렇다. 시 독백이다.
벚나무=崇烏
여느 때처럼 골목에 앉아 죽은 소 골만 파먹는 새끼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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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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