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김경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공부 =김경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1회 작성일 24-08-22 21:01

본문

공부

=김경미

 

 

새와 저녁노을을 배우면

기차를 만들 수 있다

 

연도(年度)를 익히면 후회를 배울 수 있다

 

알파벳 여섯 개의 조합법을 배우면

배신하는 남자와 여자를 만들 수 있다

 

잠 안 오는 밤에

눈에서 제일 먼 엄지발가락을 주무르면

수면을 부를 수 있다

 

나사를 풀 때

심장과 바깥쪽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하는지는

수십 년째 외우지 못하고 헛돌지만

 

혀 닦는 법과

밤하늘의 별빛들만 제대로 습득해도

인간 구실 할 수 있다

 

 

   민음의 시 308 김경미 시집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38-39p

 

 

   얼띤感想文

    자왈子曰: 학여불급學如不及,유공실지猶恐失之라 했다.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다. 배우는 것이 마치 힘이 미치지 않는 듯하다는 말, 그것은 늘 부족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배운다는 뜻이다. 그러고도 그것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마음 즉 공부다. 그러므로 공부는 내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다.

    새와 저녁노을을 배우면 기차를 만들 수 있다. 새는 지면과 지구를 오가는 동물적 근성을 상징한다. 그러니까 새는 골목 어느 길가 어느 장부의 집에서 부르는 소리처럼 오는 것이다. 또한, 탁 막힌 공간에 틈을 은유하기도 한다. 꽉 낀 듯한 겨울에서 비집고 움트는 하나의 싹처럼 초록이 초록이 아닌 거처럼 우거진 골짜기 앞에서 진달래 술을 빚을 것이다. 저녁은 죽음을 상징하는 시어다. 죽음의 핏빛 같은 잎처럼 다 떨군 늦가을에 붉디붉은 홍시 같은 노을을 안다면 한 세상 잘 놀다가는 일 그 끝에는 기차처럼 엮은 이야기가 있겠다. 혼자 미소 머금고 씽긋이 웃음 하는 날 噫嘻 잘 살았다고 말이다.

    연도를 익히면 후회를 배울 수 있다. 연도는 일정한 기간을 말한다. 내가 머문 시간에서 무언가 유한함을 느꼈을 때 한 세상을 닫아야 하는 시간적 의미다.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는 늘 있기 마련이겠다. 그 연도를 진정으로 안다면 삶의 매 순간은 진실로 꽉꽉 채우지 않을까 무엇을 남겨놓는다고 해서 공부가 아니라 내가 이미 밟고 간 것에 대한 경험으로 말이다. 그 뿌듯함으로 말이다. 사실, 고흐는 그림보다는 영혼의 편지가 더욱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고흐의 삶과 그 삶을 잇는 투쟁에 고흐의 내면이 있다. 고독과 슬픔과 가난과 우울 그리고 주위에 아무것도 이바지할 수 없었던 미안한 마음까지 결국 그는 자살로 몰아넣었지만, 그 시절의 어려운 시대상을 반영한다. 연도, 내가 딛고 있는 해, 숭배만큼은 아닐지라도 인식은 있어야겠다.

    알파벳 여섯 개의 조합법을 배우면 배신하는 남자와 여자를 만들 수 있다. 여섯에서 오는 육, 남자와 여자 모두 자로 이루고 있다. 문자에서 오는 혹은 글자에서 오는 마음 그것이 골목에 닿는 순간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새로운 탑을 형성한다. 그것은 가능성의 세계 상상으로 이루는 꿈의 세계다. 그러므로 처음에 닿았던 곳 동물적 근성에서 발한 여섯 개의 조합에서 등 돌려 달려가는 남자와 여자를 볼 수도 있겠다.

    잠 안 오는 밤에 눈에서 제일 먼 엄지발가락을 주무르면 수면을 부를 수 있다. 여기서 엄지는 엄지嚴旨. 발하다 발과 노래의 한 소절처럼 가락을 다룬다면 수면, 물이 있는 장 하나의 구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사를 풀 때 심장과 바깥쪽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하는지는 수십 년째 외우지 못하고 헛돈다. 누구든 외우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나사는 羅思, 裸思, 아니면 羅死, 裸死로 뭐 변용하기 나름이겠다. 무엇이 되었든 마음으로 친다면 그 마음을 풀 때 안에서 푼다면 바깥이 잠길 것이고 바깥에서 푼다면 안에서 잠길 것이다. 易地思之의 역과 反面敎師의 반의 그 세계관 이것이 시의 세계다.

    혀 닦는 법과 밤하늘의 별빛들만 제대로 습득해도 인간 구실 할 수 있다. 혀는 놀리는 것이 아니라 입술을 머금고 오랫동안 닦는 일, 사고의 깊이다. 깜깜한 세계에서 그래도 내 영혼을 비추는 게 있다면 그것은 별빛 같은 시에 있을 것이다. 별과 함께 별빛에서 오는 그 빛을 타는 일, 우리의 마음 즉 내 마음을 밝히는 일이겠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04건 10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4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8-27
44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8-26
44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8-26
44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8-26
44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8-26
44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8-26
44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 08-25
44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8-24
44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24
44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08-24
44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23
444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8-23
44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8-23
44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8-23
44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8-23
열람중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8-22
44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8-22
44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08-22
44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21
44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0 08-21
44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8-21
44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8-20
44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8-20
44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8-20
44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8-20
44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 08-19
44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8-19
44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8-19
44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8-19
44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8-18
44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8-18
44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8-18
44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8-18
44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8-18
442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8-18
44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8-17
441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8-17
44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08-17
44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8-17
44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8-17
44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8-17
44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8-16
44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8-16
4411
김포/김재석 댓글+ 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8-16
44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8-16
44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8-16
44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16
4407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8-16
44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8-15
44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8-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