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의 초상 =이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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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의 초상
=이운진
나뭇잎 뒤에 붙은 애벌레처럼
등 뒤에 숨어서 떠는 아이처럼
방패 뒤의 날들을 살다 보면
나 말고는 다 보는 나의 뒷모습이 궁금할 때가 있다
뒤돌아 삼킨 말이 적혀 있거나
당신 앞에서 먼저 등 돌린 눈물이 매달려 있거나
고백 뒤의 후회가
능화지의 꽃잎처럼 그대로 박혀 있는 건 아닌지 알고 싶은 날
말 안 해도 알 수 있다던 사람들은 다 내 뒤를 읽은 것임을 이제야 알아 버린다
조용히 그림자 뒤를 밟고 따라오던 그 소년도
벽 뒤에 숨긴 과자를 찾아내던 동생도
웃고 있는데도 울지 말라고 등을 두드리던 할머니도
빛보다 환한 눈으로 뒤의 안쪽을 본 거로구나
몸에 맞지 않게 자꾸 작아지는 등이 얼굴보다 더 고독해지고 나면
내 뒤의 나는
뒤에서 껴안을 수 없는 강물처럼
뒤집어 낄 수 없는 반지처럼
시작시인선 0185 이운진 시집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14-15p
얼띤感想文
시를 읽으면 삶이 후회된다. 좀 더 열심히 살지 왜 그 길을 택했을까? 삶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산 것이다. 그렇다고 인생의 가치를 모르고 산 것인가? 생에 가장 밑바탕이 되는 자원에 대한 갈망, 무게다. 무게에 좀 더 집중하고 벌인 일, 결국 무게를 잃고 말았지만, 다시 일어서려니 벌써 죽음이 눈앞이라는 것도 나를 더욱 무겁게 한다. 하루를 씻는 얼굴에 늘 내리는 눈은 소복해서 면은 점점 얼기만 하고 조용한 나의 뒷면은 뒤집어 낄 수 없는 반지처럼 풀꽃으로 무성할 뿐이다.
주위 앞서간 사람을 본다. 먼저 간 죽음을, 그 생의 전부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일부분의 역사는 함께 했다. 일부분과 일부분 많은 일부분의 초상은 그렇게 내 뒤를 이루듯이 지금의 국가를 이루었던 뒷면의 초상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내려오는 동안 국가를 잃었던 시기는 단 두 번밖에 없었다. 고조선의 멸망과 한사군 설치, 조선의 멸망과 일제강점기였다. 수많은 초상으로 빚은 한민족의 역사, 간혹 이를 부정하는 뉴라이트 세력 빨갱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사파도 아닌, 신극우 아니 신보수라고 보기도 어려운 반국가체제를 떠드는 i들 아예 대한민국은 없어야 한다는 논리처럼 말도 안 되는 사회분열주의자가 판치는 게 현 우리의 초상이다.
나뭇잎 뒤에 붙은 애벌레처럼 등 뒤에 숨어서 떠는 아이처럼 방패 뒤의 날들을 살다 보면 말이다. 든든한 나무에 그 한 잎에 붙은, 든든한 등 뒤에 삶을 연명한 저 i들 인권은 어디서 나는 건지 분명한 국가론까지 무시한 너무 행복해서 딴소리하는 거처럼
앞을 보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의 안쪽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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