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강가에 오막집 =조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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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강가에 오막집
=조현숙
그는 비 오는 날에만 연주를 했다
크레셴도, 데크레셴도를 반복하다 포르티시모로 격정적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F단조보다 격정적일 때가 많다
극단적인 점은 닮았지만 비극적이지는 않았다
나는 새벽녘까지 읽던 책을 든 채 멍하니 앉아 있곤 하였다 그와 함께 불면의 밤들이 잦았다
그런 날이면 뜬금없이 누군가 문을 두드리곤 하였다
문 열고 내다보면 흐드러지는 바람의 눈물과 어둑한 허공뿐이었다
누구를 기다렸던가, 허무한 듯 돌아설 때 뒷덜미를 낚아챈 것은 번번이 휘몰아치는 그의 연주였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무엇에 끌리는 듯 자주 문 열고 내다보곤 하는 것이다
그의 연주가 데크레셴도, 피아니시모로 잠시 누그러지면 맹꽁이 소리가 애틋하게 들려왔다
그러면 나는 맹꽁이 울음통을 보겠노라 우산을 들고 수풀 속을 헤집고 다녔다
맹꽁이는 맹꽁이답지 않게 숨바꼭질에 능해 찾을 수 없었지만 어릴 적 이후 본 적 없다며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산골 외딴 오막집이었다
장마가 지면 엄마는 가마솥에 서리태를 볶았다
볶은 콩을 주워 먹으며 아빠와 광석라디오로 연속극을 듣기도, 문지방에 앉아 낙숫물을 세기도 하였다
그때도 그의 연주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포르티시모인 때가 많았다
뒤질세라 혼신을 다하던 맹꽁이 노래조차 그대로인데.........
시작시인선 0504 조현숙 시집 붉은 도마뱀 열차를 찾아 24-25p
얼띤感想文
시제 ‘장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치지 아니할 것 같은 비, 비 雨가 아니라 아닐 非처럼 닿는다. 이 시에서는 음악 용어가 몇몇 있다. 이 음악 용어에 대한 개념부터 적어본다. 크레셴도는 이탈리아어로 점점 세계 연주한다는 뜻이며 데크레셴도는 점점 여리게 연주한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포르티시모는 매우 세게 연주한다. 맹꽁이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싶어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물론 몰라서 찾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뭔가 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으웩으웩 웩 웩’ 거린다. 맹꽁이라는 말은 야무지지 못하고 말이나 하는 짓이 답답한 사람을 놀림조로 보통 사용되기도 한다. 이참에 맹꽁이라는 속담도 들여다본다. 맹꽁이 결박한 것 같다. 이는 키가 작고 몸이 뚱뚱한 사람이 옷을 잔뜩 입은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며 맹꽁이 통에 돌 들이친다. 이는 매우 시끄럽게 떠들던 것이 갑자기 조용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나 더 들자면 오뉴월 맹꽁이도 울다가 그친다. 이는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일도 결국은 끝날 때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물론 시와 관계없는 말이지만 SNS에 오른 내용이다. 남편은 로또라며 웃으며 얘기한 어느 여인의 말 그만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 맹꽁이 같은 아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못난 남편과 함께 죽 같이한 삶의 동반자는 역시 아내다.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은 누구보다 아내였다. 시 장마를 보며 크레셴도 데크레셴도를 반복하며 흐른 시간과 한 번씩 포르티시모로 격정적인 순간까지 있었던 지난날, 맹꽁이는 다름 아닌 숲만 우거진 가마솥이었다. 무엇이든 담으려고 했지만 정작 제대로 담은 것 하나 없는 인생, 콩 볶으려다가 가마솥 깰 일은 이젠 더는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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