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 살기/ 서정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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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08.30)
한집 살기/ 서정랑
두 알이 살아요 쌍분 같은 겉껍질 얇고 떫은 속껍질에 싸여… 쪼글쪼글하기도, 탱탱하기도, 조금 덜 익어 물기 많기도
덜 영글어야 틈이 있고 잘 벗겨져 여유가 있죠, 사각거리죠
낮은 불로 최대한 느리게… 뱃속 깊은 프라이팬에 볶아요, 밖으로 알몸 내보여, 타이밍 맞춰 불에서 멀어지게 하는 묘수가 필요해요, 볶은 그를 싱크대 위에 방치하고 시집 한 권 훑어보는데 잊었던 그가 속내 봐달라고 토톡 톡톡 소란해요
그럭저럭 둘은 한집에서 단단하게 살아가는데
삶은 그 문을 열면 그 틈으로 보이는 살짝 비린 울음과 웃음이 반쯤 버무린 풍경 그러나 그들은 잘 보여주기를 꿈꾼답니다
삶은 땅콩 잘 까기일까요, 아니면 잘 보여주기 헛꿈들의 전시장일까요
(시감상)
산다는 것은 묘한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내 쪽과 네 쪽이라는 입장의 반대성이라 하면 맞을 것이다. 땅콩과 헛꿈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단면을 조곤조곤 보여주는 시인의 눈길이 부드러우면서도 매섭다. (그럭저럭)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중용의 도리 같기도 하고, 삶의 원만한 방정식 같기도 한 그런 마음으로 사는 것이 가장 필요한 요즘일지도 모른다. 땅콩을 잘 깔 수도, 헛꿈을 잘 전시할 수도 있는 양면성. 그게 사람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서정랑 프로필)
경북 안동, 계간 문장 등단, 구미예술공모전 대상, 문장인문학회, 시공간 동인,시집 『85B』
서정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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