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김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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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김완화
추석날 고향 다녀오며 들판 가득한 벼를 보았다. 지난여름 퍼 올렸던 열정 서서히 비우며, 여름날 폭우와 땡볕 내려놓고 철이 드는 침묵을 눈여겨보고 왔다. 그곳에서 잠시 나도 무겁게 철드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벼들이었다. 그 복수複數의 미학. 자기를 비워서 더 큰 우리가 되는 힘. 들녘은 어깨를 두른 채로 넘실대고 있었다. 그 넉넉함을 배경으로 원경의 산도 거기 와 함께 빛나고 있었다. 산의 높이가 비로소 들의 넓이와 만나 깊어지는 정취. 들녘의 넓이와 깊이가 어울려 높게 익어 가고 있었다.
시작시인선 0432 김완화 시집 마정리 집 68p
얼띤感想文
가만히 생각하면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달이니까. 시제 ‘들’ 평평하고 넓게 트인 땅이다. 물론 복수임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쓰일 때도 있다. 글만큼 복수의 미학을 가지는 것도 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글을 찾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순수 인세로 먹고살 수 있는 작가가 손에 꼽는다고 들었다. 어느 탈북자가 쓴 수필, 물론 영문판이다. 그녀는 책으로 번 수익도 많지만, 각종 연회나 강연으로 번 수익도 꽤 된다. 지금은 100만 유튜버로 활동한다. 처음 체인사업을 하겠다고 벌인 일, 이 일도 더 잘해보겠다고 수필을 썼다. 당시 절판되었지만 물론 일은 더 크게 이루었다. 절판은 인세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 그렇다고 그 일로 다른 연관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사실 없다. 그냥 안면에 대한 명함뿐이다. 들, 들은 참 넓고 한없이 깊다. 들에 비하면 인간의 발자취는 내리는 눈발에 불과하다. 2024년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후 2124년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가 쓴 글도 없을 것이며 내가 그토록 어렵게 마련한 집도 그때는 없을 것이다. 원경의 산도, 시는 그렇게 멀리 또 깊게 뻗어 갈 것이다. 하나의 개미를 묻어놓고 멀리 아주 멀리 갈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수많은 벼처럼 알곡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 들에 사는 하나의 알곡이었다면 이 땅에 묻혀 무엇으로 발아할 재목은 있었던가? 야 그런 말 하지 말어, 유튜브나 TV속 뉴스에 안 나오는 것만도 다행인 줄 알어, 법륜 스님의 말씀이 스친다. 왜 자살을 해 끈 사야지 그것 매달아야지 거기다가 목이나 제대로 걸겠어 마! 그냥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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