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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 =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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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회 작성일 24-08-11 21:18

본문

슬픈 일

=권혁웅

 

 

    갈비에서 살을 발라내는 여자의 손은 축성(祝聖)하는 그 손만 같습니다 털썩, 하고 떨어지는 살들이야 말로 제대로 놓아버린 거 아닙니까 뼈와 힘줄 사이를 가위가 지나갈 때, 우리는 골다공증과 인연과 젓가락의 관계를 생각합니다 집착을 버리면 발밑이 바로 숯불 지옥이어서 단백질은 입으로 가고 칼슘은 개에게 갑니다 부지런한 손과 입을 잇는 식욕에도 숭고란 이름을 붙여야 합니다 시커멓게쌓여가는 저 더미가 위암이나 위엄과 다르지 않아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쓰렁쓰렁해도 군말이 없어야 한다고, 오물거리다 뱉은 입술 두 점으로 겨우 말합니다 저 힘센 팔목의 채근만이 다만 거룩하고 조금 슬픈 일입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84 권혁웅 시집 소문들 119p

 

 

   얼띤感想文

    우선 왜 슬픈 일이었을까? 생각한다. 여자가 살을 발라낸다는 데에서 말이다. 이 속에는 경제적인 의미가 담겼을 것이다.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다. 능수능란한 노동은 오히려 거룩하다. 직업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감이다. 하지만, 시는 이것만 얘기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하나의 비유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느 정육점과 고기를 구워 파는 한 아낙네가 그려지지만, 직업으로서 갖는 또 하나의 길 그건 문장을 다루는 기술이겠다. 갈비에서 살을 발라내듯이 축성祝聖이 아닌 축성築城()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즉 문장을 발골하고 헤쳐보는 일이야말로 단백질과 칼슘을 분간하는 작업이 아니고서야 뭘까! 그러니까 골다공증과 인연과 젓가락의 관계를 생각한다. 군데군데 비어 있는 것들과 또 그것과 관련 있는 어떤 인연까지 또 굳은 성질과 같은 쌍으로 맺는 도저히 부러질 수 없는 젓가락 같은 것은 어떻고, 어찌하든지 간에 고기는 분류가 필요하고 칼슘은 건져야 하겠기에 다만 일은 숭고하다. 여기에 딴말은 하지 마라! 제발 돼지처럼 우글거리는 시장을 보면, 일은 일이라는 사실, 두 점 곱게 뱉는다. 두 점 입술이다. 비유와 상징 인식과 단절 그리고 부지, 소통과 외면의 시장에서 어쩌면 이것은 위암이나 위엄과 다를 바 없는 세계다. 오늘도 무작정 달리는 달려가야만 하는 사실에 대해서 거룩하다고 위안하지만, 이는 조금 슬픈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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