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희극 =구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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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희극
=구현우
심신미약의 눈이 온다 나의 유령은 바깥에 있다 겉옷에 겉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실내의 나는 춥다 먹거나 굶주리거나 어느 쪽이든 앓을 뿐인 소화불량의 시간, 망상으로 그치지 않는 사회이기에 누구나 볼 수 있는 나의 유령은 내가 머문 거리와 네가 떠난 도시 그리고 그밖의 길들을 헤쳐놓는다 눈이 오지 않는 곳에서도 나는 자주 미끄러진다 창밖에서 내가 알 것 같은 두 개의 단어를 나의 유령은 말한다 그러나 모든 입김은 유사한 외형을 지니므로 그때마다 바라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 감정기복의 눈이 온다 실외에서 사람들이 나를 부른다 유령의 나는 대답한다 견딜 수 없는 추위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나는 안에 있고 너는 어떤 시절처럼 나를 본다 이제는 나의 유령이 내게만 보이지 않아 밖에서 허공을 만지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이들이 이상하다 아무렇게나 눈이 온다 불을 켜둔 내부는 춥고 잠이 쏟아진다 그들은 나의 유령만 보고 나는 나의 유령만 빼고 다 볼 수 있다 일 년 중에 오늘이 낮이 가장 긴 날이다
문학동네시인선 134 구현우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 098-099p
얼띤感想文
유령처럼 앞의 일을 볼 수만 있다면, 그래 맞아! 어느 시인은 유령幼齡을 떠올릴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른다면 마음은 편하겠다. 현세에 닿는 모든 일은 유령으로 대한다. 완벽성하고는 거리가 멀겠지! 귀신처럼 뭘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자부심 같은 것이 있겠다. 누구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 하겠지. 아침, 무슨 기도처럼 마음을 가라앉혀 앞의 일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좋을지 마음 가다듬어 본다. 비희극기에 대해서 이미 너는 그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심신미약자가 와 있다는 것을 옷은 벗었지만, 겹겹 껴입은 내 모습에 너는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소화불량인 거처럼 위장약을 바르면서 병원에 가야 한다며 문 닫으라 할 거야 그러나 여기는 자결을 하지 못해 내내 목줄만 움켜쥐며 조르고 있는 상황, 마의태자처럼 아! 창밖은 새 아침이다. 모든 것은 새롭고 모든 것은 뜻밖이었다. 늘 두 개의 단어를 운운했으니깐, 입만 벌리면 그랬으니까 뚜껑 덮은 종이컵과 뚜껑이 어디 날아갔는지 구멍 다 들어낸 부탄가스가 나 뒹굴며 있고 여기저기 산재한 산책들, 웃고 있을 거야 그래 너도 죽어봐, 여긴 아주 날아갈 거 같애 그래서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 건가! 까만 봉지가 선풍기 바람에 나불댄다. 회색 벽에 딱 들러붙어 있다. 기도를 위해서 기도하고 또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오늘도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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