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루시아의 무희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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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루시아의 무희
=허 연
태양이 눈물을 낳는 곳이 있다. 태양이 말을 만들고 태양이 노래를 만든다. 어젯밤을 기억하냐며 넌 이방인들에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동굴 속에는 백열등이 켜 있었고, 뜨거운 피가 전깃줄을 타고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묵직한 구두로 마룻바닥을 울리는 삶이, 치맛단을 날리는 삶이 가깝고도 멀었다. 양피지에 쓰여진 고전 같은 여자. 아무리 죽여도 다시 살아날 것 같은 여자. 이 춤추고 그 자리에서 죽을 듯, 검은 눈에선 오늘 낮에 본 태양이 빛났다.
안녕 무희.
석회동굴에서 반짝이는 은화, 내일은 더 뜨거운 태양이 이 민둥산 위에 떠오르기를.
문학과지성 시인선 411 허 연 시집 내가 원하는 천사 24p
얼띤感想文
여기서 태양은 시적 자아를 상징한다. 눈물과 노래는 어떤 노력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니까 눈물과 노래가 백열등이 켜진 어떤 상황에서 전깃줄 같은 감동이랄까 아니면 어떤 감이 통하고 묵직한 구두로 마룻바닥 훑는, 치맛단 날리는 운동을 통해서 죽음을 맛본 여자다. 그것이 무희였고 이는 곧 은화로 발전하기까지 한다. 내일 또다시 은화가 낚아지기를 고대하는 무희를 우리는 보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태양과 무희는 동일인임을 알 수 있다.
안달루시아는 소리 은유다. 시를 고대하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안달이 났다. 뭐 이런 말이겠다. 무희나 여자나 그리고 은화도 마찬가지겠지만, 동일인이지만 조금씩 다르다. 무희는 아무것도 형태를 갖추지 않은 것이 되고 여자는 무언가 치장했거나 포장된 상태를 암묵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은화는 완전한 개체를 이룬 완벽성을 지녔다고 해도 무관할 듯 보인다. 그 이유는 석회동굴에서 반짝이는 은화로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 동굴 속에서 백열등이 켜져 있다는 것에서 동굴과 석회동굴은 엄연히 다르다. 석회는 석회釋會다. 살풀이와 같은 시 해체로 반짝임을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이름도 은화恩化였다. 치마는 치마治馬, 물론 이 시에는 없지만, 이마가 언뜻 지나간다. 일본어로는 지금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마도 여러 가지 의미로 볼 가치가 있는 단어다.
내일은 더 뜨거운 태양이 이 민둥산 위에 떠 오르기를, 열심히 공부하는 시인을 본다. 더 뜨거운 태양이라 묘사해 놓고 있다. 민둥산에서 또 다른 은화를 만날 수 있음을 우리는 미리 예언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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